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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칼럼] “세상에 믿을 사람 없네!”
   
“아니, 저 사람도? 원 세상에 믿을 사람 없네! … 안 됐다, 속죄하고 죗값 치르면 됐지 자살까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들불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아니 고구마 줄기처럼 연신 뽑혀져 나오고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아~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그동안 차마 말 못할 고통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러선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한국 사회 내 성폭행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자괴스럽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건전한 성(性) 윤리 확립을 위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긴요함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에서 비롯한 ‘미투’ 운동이 한국에서 본격화한 지 한 달 보름여가 지났다. 이토록 뜨겁게 확산될 줄은 미처 예견 못했다.

또한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 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이 병행되면서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각 직군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미투 운동으로 그동안 가슴앓이를 한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성스러운 性…‘미투’로 복원 절실

성(性)은 언제나 성스러워야 한다. 삶의 원천이며 인간 존재성의 근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변질돼 원하지 않는 쪽으로 흐를 경우 나쁜 짓이 되고 범죄가 된다.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성에 관한 문제들은 모두 원하지도 필요치도 않은 상태에서 남자든 여자든 힘의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 행위다. 미투로 성스러운 성의 복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물론 속속 밝혀지는 가해자들은 반드시 상응한 법적·도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한데 과거나 현재의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오리발’을 내밀곤 한다. 지은 죄의 삯을 키우는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투 운동 이후다. 시간이 흘러 미투 운동이 잠잠해지면 이들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속성이다. 마약이나 도박,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 슬그머니 복귀하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지 않은가. 미투 운동이 결실을 거두려면 우선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그렇다. 미투 운동을 한 차례 훑고 지나갈 ‘태풍’ 정도로 대해선 안 된다. 미투 운동의 동력이 지속돼 사회와 사람들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대책도 이전과 달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유명 여배우들의 실명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여성들의 성폭력 방지 연대운동인 ‘타임스 업’(Time’s Up)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시간은 끝났다. 때가 됐다’ 쯤으로 해석되는 이 말은 성희롱·성추행·성폭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이다. 삐뚤어진 가부장적 권력을 향한 준엄한 심판이다.

■익명 폭로 억울한 피해자 경계

하지만 일부 경계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겠다. 미투의 상당수 사례가 구체적 물증 없이 익명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폭로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칫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미투 운동으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될 수 있고, 또 가해가가 피해자로 될 수 있는 혼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에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감정적인 여론몰이를 벌이기보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그릇된 문화를 바로잡는 원동력으로 삼아야겠다.

이런 측면애서 '배꼽 아래 세 치에는 인격이 없다.(臍下三寸に人格なし)‘라는 일본 속담을 말하면서 성적 유희를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류의 사생활을 조금이라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단지 우리 사회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 잡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기하기 위해선 사회적 공론과 합의의 틀이 필요함을 느낀다. 익명에 기댄 무분별한 폭로로 선의의 피해자는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전부 변태 ○○들이잖아!”라는 불특정다수를 향한 비난과 사회적 불신 증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선정성 보도 또한 자제돼야겠다. 스무고개와 다를 바 없는 이니셜 보도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추측성 보도와 댓글로 인한 애꿎은 피해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자칫 미투 운동의 본질마저 흐려질 수 있다.

여하튼 성적 미망(迷妄)을 끊겠다는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법구경’은 이렇게 설하고 있지 않은가. “음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떨쳐버리면 생사의 문제가 모두 풀린다.(釋淫怒痴 生死自解)”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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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dtoday24@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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