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장 폐쇄 및 직원 감원이라는 극단적 사태로까지 몰렸던 한국 제너럴모터스(GM) 사태에 해결의 실마리가 발견됐다. 청신호다. 정부가 미국 GM 본사로부터 출자와 신차 배정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뉴 머니(신규자금) 수혈의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GM의 약속 이행과 KDB산업은행의 뉴 머니 규모만 남았다.

GM본사는 이날 산은에 한국GM 채권 2조9천억 출자, 2개 신차 배정, 한국GM 미래기지 활용 등을 골자로 한 서신을 보냈다. 산은은 관련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GM 본사의 이 같은 전향적 조치는 GM인터내셔널(GMI)이 자회사인 한국GM에 대한 신규 투자 건에 대해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 일대를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데서 긍정 모드로 전환됐음을 알게 한다. 물론 한국GM과 산업은행은 이번 주부터 실사에 착수한다. 실사 결과에 따라 신규자금 액수 등이 달라지겠지만, 희망을 주고 있다.

물론 GM 본사의 약속은 대주주의 책임을 요구한 문재인 정부의 한국GM 구조조정 원칙에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GM 사태'가 힘겨루기 단계에서 수습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당초 정부는 한국GM 구조조정의 3대원칙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로서는 '밑 빠진 독에 혈세를 넣지 않는다'는 명분과 대주주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실질적 지원이라는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게 됐다. 정부의 합리적 원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GM 성장을 위한 과제가 적잖다. GM과 산은은 그동안 한국GM에 대해 실사를 실시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해놓고 실사의 범위, 절차 등을 놓고는 이견을 보여 왔다. 산은은 한국GM의 부실 원인 규명을 위해 이전가격 등 원가 부문을 정밀 실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GM측은 일부 자료 제공에 대해 협조할 수 없다며 맞서 왔다. GM은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는 데 주저함이 없길 바란다. 진맥을 제대로 해야만 처방도 알맞게 나오는 것은 상식이지 않는가.

한국GM 노조 또한 회사 회생을 위한 길에 고통 분담을 기꺼이 자청해야 한다. GM 본사의 ‘영업이익 빼가기’ 등 의혹도 없지 않지만, 한국GM의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은 2조원에 이를 정도로 부실 경영은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게 사실이다.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 3곳의 공장 중 군산공장 가동률은 20%선에 지나지 않을 정도이니 공장 폐쇄는 예견된 일이라고 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

노사의 자구노력 없는 정부 지원은 명분 없는 일이다. 엄청난 적자 속에서도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귀족노조의 행태를 그냥 두고선 지원해 봐야 회사가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위기의 결정적 요인이 강성 귀족노조에도 있다는 것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강성 노조가 판을 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이미 체질화됐다. 한국GM의 2016년 기준 평균 연봉은 8천7백여만원에 이른다. 일본 도요타 9천104만원, 독일 폴크스바겐 8천40만원보다 훨씬 많다. 반면 생산성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1인당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도요타 93대, 폴크스바겐 57대이지만 국내 차는 30여대에 불과하다. ‘저생산성 고임금’ 구조를 갖고는 어떤 회사도 존속은 어렵다. 한국GM을 살리는 최선의 길은 이미 제시돼 있다고 하겠다. 노사와 당국의 지혜를 모아가자.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