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신규 단지 중심으로 시세차익 기대감 형성
전문가들 "분양가 통제로 청약 경쟁 과열" 지적

▲ 지난 1월 26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 모습. 방문객들이 분양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최근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로또 청약 단지'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강남권 신규 공급 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른바 '로또아파트' 열풍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의가 분양가 제한으로 이어지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청약 당첨만 받으면 수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12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8조에 따르면 사업 주체가 입주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는 입주자모집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분양 보증에 가입이 안 돼 있으면 입주자 모집을 할 수 없다.

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기관이기 때문에 보증 승인이 거절되면 분양 행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분양 주체는 분양가를 낮춰 분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선(先)분양 방식을 채택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주택보증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주택보증이 입주 때까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건설사 부도 및 시공 과정의 하자 등과 같은 위험 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보증이 필요하지만, 분양보증심의가 분양가 통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분양보증이 거절된 사례는 '나인원 한남'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작년 9월부터 3개월간 HUG와 실무협의를 거쳐 12월 3.3㎡당 평균 분양가 6천360만원으로 분양보증 신청했지만, 승인이 거절된 바 있다.

HUG의 보증 절차를 살펴보면 사업장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거나,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 또는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HUG와의 조율을 통해 분양가를 책정한 주요 단지 중 로또아파트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9월 분양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재건축)'는 3.3㎡당 평균 4천160만원에 분양 승인을 받아 분양했다. 전용 96㎡ 일반 분양 가격은 15억4천700만원∼18억4천300만원 선이었다.

현재 전매제한으로 거래는 되고 있지 않지만 같은 면적의 조합원 분양권의 경우 현재 20억원 선에 매물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6년 8월 분양한 개포주공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도 3.3㎡당 평균 4천137만원으로 분양 승인을 받아 전용 106㎡의 분양가가 17억1천200만원∼17억8천200만원 선으로 분양이 이뤄졌다. 분양 이후 가격은 훌쩍 올라 지난해 12월 21억4천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되기도 했다. 1년 만에 분양권에 약 4억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지역의 대표 분양 단지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 보증을 앞두고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강남의 대표적인 로또 청약 단지인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보증 기준 분양가는 3.3㎡당 평균 4천160만원으로 결정됐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3.3㎡당 평균 매매가는 3월 9일 기준으로 4천802만원으로 이미 분양가보다 시세가 더 높은 상황이다.

단지 인근에서 내년 2월 입주할 예정인 '래미안블레스티지'의 경우 지난 2016년 분양 당시 3.3㎡당 3천76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돼 전용 84㎡의 경우 13억∼14억원대에 공급됐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전용 84㎡ 분양권이 지난해 12월 18억2천80만원에 거래돼 시세 차익은 5억∼6억원에 달한다.

업계 전문가는 "분양보증심의로 분양가를 낮추면서 로또 청약 단지를 양성하고 당첨금처럼 프리미엄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특히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로또 청약 단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청약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과거 공급이 많은 상황에선 분양가상한제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물량이 많지 않은 현시점에서 집값을 통제하는 것은 로또청약 논란을 더욱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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