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 - 기
땅의 형세와 모양세로 기 찾아내는 형기론이 풍수학의 알파와 오메가

풍수학에서 핵심 원리가 생기론이다. 기(氣)는 보이지 않아서 서양학문의 입장에서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동양철학의 키워드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예수께서도 “보지 않고 믿는 자 행복하다”라는 말을 했다. 바람도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이고, 정신도 보이지 않는 기의 일종이다. 더욱이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을 동양학에서는 기(氣)라고 한다. 기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생각되는 미지의 힘이다. 기운, 기력, 기절, 원기, 정기 등의 용어로 쓰인다.

氣는 온 우주에 퍼져 있으며 변화무쌍하다. 그 변화는 한번 음이 되고 한번 양이 되는 변화를 통하여 만물을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이것을 <주역>에서는 道라고 한다.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음양)을 낳고 , 둘은 셋(생기)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 것이다. 만물은 음양을 끌어안고 기는 조화를 이루는 것(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으로 <도덕경>에서 말하고 있다.

특히 풍수학에서 氣는 풍수사상 전체를 지탱하는 핵심요소이다. 풍수의 모든 원칙에 이 기의 성격과 변화가 적용된다. 살아있는 것을 의미하는 생생(生生)의 원리와 동기감응론, 탈신공개천명과 같은 이론의 배경에는 氣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생생의 원리란 낳고 낳는 원리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낳고 낳으면서 연결고리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어가는 것이다.

“무릇 기(氣)란 그 자체가 음양인데, 내쉬면 바람이 되고, 오르면 구름이 되며, 내리면 비가 되지만 땅 속을 흐르면 생기가 된다.”고 풍수학의 경전 <금낭경>에서 말하고 있다.

자연에서는 오직 땅만이 이(利)를 생산한다. 하지만, 사실은 천기와 지기의 오묘한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흙이 제아무리 비옥해도 홍수나 냉해, 가뭄 등으로 천기가 도와주지 않으면 수확하기 힘들다. 또한 땅이 없다면 천기가 곡물을 기르지 못한다. 천기가 땅 속으로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생기 작용으로 만물을 잉태한다. 만물을 낳게 하는 기(氣)야말로 생기(生氣)인 것이다.

또한 지기는 특정한 곳에 머무는데, 그 곳을 찾아내는 것이 풍수학의 술법이다.

<청오경>에서는 “땅은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운은 흙을 따라 일어난다. 산은 길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운은 방위에 의존하여 관장한다.”고 했다.

이에 <금낭경>은 “시신을 묻을 때에는 땅 속의 생기를 찾아 묻어야 한다”고 화답한 것이다. 생기가 유골을 만나면 생생(生生)의 원리에 따라 후손들이 생생의 기를 받게 된다.

氣는 음양과 五行에 따라 氣를 분류할 수 있는데, 五氣는 地中을 흐르고 있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신체를 부여 받았으므로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 이에 조상의 유골이 좋은 기를 받으면 후손들이 그로 인한 음덕을 받게 된다.

그러면 기가 머무는 곳을 어떻게 찾는가.

五行의 氣가 땅 속을 흐르다가 피어나면 만물을 낳게 된다. 氣의 흐름은 땅의 형세에 의지하고 氣가 모이는 것은 형세가 그치는 곳에 의지한다. <주역 - 계사전>에서 ‘하늘에는 상(이미지)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본받아 땅에서는 형을 이루고 있다’는 말에서 풍수학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데, 다른 동양학과 같이 풍수학도 주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학>에서는 “誠於中 形於外”라고 하여 진실함이 속에 가득 차 있으면 바깥으로 드러난다고 역설하고 있다. 다른 말로는 생선을 싼 종이는 비린내 나고 향수병을 싼 종이는 향기가 난다는 말로도 표현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형기론(形氣論)의 바탕이다.

<사기>에도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나온다. 주머니속의 송곳은 바깥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로써 땅 속에 길한 기운이 서려있으면 바깥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드러나는 모양새를 찾아내는 것이 형기론의 대강이다.

형기론이란 땅의 형세와 모양새를 보고 기가 머무는 곳을 찾아내는 이론이다. 형기론은 풍수학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지룡이 솟구치는 곳에서 氣도 따라서 솟구치는 것이며, 지룡이 끝나는 곳에서는 氣도 따라서 모이게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땅이 꺼졌으면 기도 꺼진 것이고, 땅이 멈추면 기도 멈춘 것이다. 땅이 솟았으면 기도 일어난 것이고, 땅이 험하면 기도 험하다. 땅이 후덕하면 기도 후덕하고 땅이 메마르면 기도 메마른 것이다. 그 땅의 기운을 따라 자연이 생성되고 그 곳에 사는 사람도 그 땅을 닮아간다.

지세가 달려와서 지형이 모이고 머무르는 곳을 일러 온전한 기운이 있는 곳이라 한다. 온전한 기운이 있는 땅이라면 기가 머무르는 곳이고 그 곳이 혈이다. 그 곳에 장사를 지내면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한 기를 가진 땅은 그 지룡들이나 뭇 산들이 살아 있는 듯이 구불구불 변화하며, 왔던 곳으로 방향을 돌아가기도 하며 둥글게 움직여 고리를 만들어 겹겹이 둘러싸는 곳이다. 모든 산들이 돌아들어 모여 읍하고 물이 휘감아 흘러 장풍득수가 저절로 되는 국세를 만든다. 그래서 지형지세가 모이는 곳이면 따라서 氣도 쌓이는 곳이니 음양이 변화하여 만물이 생하는 곳으로 최고의 길지다.

氣는 은밀하게 진행된다. 은밀함이 유지되지 않으면 氣는 사라진다. 그래서 풍수학에서는 “氣란 바람을 맞으면 흩어진다”고 했다. 기란 천지를 돌고 도는 기운이므로 풍수학을 말할 때 땅이 주인공이지만, 땅만을 고집하면 안된다. 천지의 道란 위로는 천문을 보고 아래로는 지리를 살피는 것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합하여 천·지·인 삼재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조화를 이루게 하는 풍수의 요체가 생기이다.

풍수학에서 땅의 기운을 판단하는데 살아있거나 죽었다거나, 게으르다거나, 끊어졌다 혹은 한쪽으로 쏠렸다, 온화하다, 날카롭다, 세다, 약하다, 미쳤다고 판단하는 것이 모두 산과 땅의 모양을 가지고 기운을 판단하는 것이다.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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