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산업 공동화(空洞化)’가 우려되고 있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우리나라 기업 자금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437억달러였다. 역대 가장 큰 규모다. 2014년 284억9천만달러였던 해외직접투자액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대기업의 해외투자가 전년보다 32억달러 증가한 353억달러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 LG,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디스플레이, 가전,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잇달아 미국, 중국 등에 공장 투자를 진행한 데 따른 결과다. 대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중소기업 해외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전년보다 13억달러 늘어난 75억달러였다. 이는 3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해외직접투자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제조업체로까지 확대된 점은 국내 고용 및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컨대 최근의 자동차산업처럼 최종재·중간재 생산체계가 모두 해외로 이전하면 국내 고용 및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건 불보듯 훤하다.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중요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비싼 인건비 그리고 각종 규제에 막힌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접을 생각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중소기업마저 한국을 떠나는 탈 한국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제성장률 3%대를 달성하겠다며 국내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규제 완화, 신산업 진출 허용, 노동시장 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만들기'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반증이다.

심각하게 봐야 할 일은 중소기업의 대한민국 엑소더스다. 중소기업은 취업자의 88%를 점유할 정도로 고용 창출의 효자다.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엑소더스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임금과 더불어 노동시장의 경직성, 반(反)기업 정서 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런데 중소기업 경영주들은 과도한 규제와 대기업의 하도급계약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상속세율 등을 꼽고 있다.

특히 규제에 대해 목소리가 높다. 공장 하나 짓는 데 인허가를 받으려면 2~3년은 족히 걸리고 그나마도 못 받는 경우가 태반인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시골에 내려와 일하겠다는 젊은이가 거의 없다보니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수도권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데 여러 규제로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선 규제 개혁 등 기업에 자율이 주어져야 한다. 한국경제는 오랜 기간 불황이다. 산업 양극화로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글로벌 경쟁력 있는 업종은 잘 나가지만 대부분 산업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공장을 못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0%대에 그치고 있는 게 잘 보여준다. 국민의 경제활동을 옥죄는 과도한 법과 제도도 문제지만, 민초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의적절한 법과 제도, 조례 정비가 긴요하다. 그래야 좋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이 가능함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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