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귀족계층이나 미국 서부의 베버리힐스에서만 하더라도 집을 짓거나 수리를 할 때 풍수학을 접목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은 전세계의 풍수학인들의 답사 대상지가 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풍수학인들이 있다. 필자는 페이스북으로 헝가리에 사는 현지인 풍수학인과 교류를 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풍수 외에 인도에도 고유의 풍수학이 있다. 서양에도 ‘Geomancy’ 라고 일컫는 풍수학이 있다. 그럼에도 동아시아의 풍수학이 각광을 받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풍수로 판단하고 무장한 주택에 살아본 사람은 그 의미를 안다. 이것은 체험의 결과이다. 돈만 들이고 얻는 것이 없었다면 ‘동양적 사기’라고 대서특필 됐을 것이다.

■풍수는 貴·富·孫 위한 길지 선정

풍수가 달성해야 할 목표는 좋은 자리를 찾는 것이다. 오직 길지를 찾기 위해서 각종 방법론이 나온 것이며, 길지를 찾은 사람이라야 그의 내공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길지의 사용처는 주택, 건물 그리고 무덤이다. 주택을 길지에 짓고, 무덤을 길지에 만드는 이유는 잘 살기 위함이다. 잘 산다는 것은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대개 귀(貴), 부(富), 손(孫)으로 일컬어진다. 귀는 명예와 벼슬을 말하고, 부는 부유함을 뜻하고, 손은 자손번창을 의미한다. 땅은 저마다 귀를 얻을 수 있는 땅이 있고, 부를 가질 수 있는 땅이 있으며, 자손이 번성하는 땅도 있다. 이 중에 한 가지만 얻어도 대성공이라 하겠다.

- 무덤의 중요성
무덤, 묘지, 산소는 같은 의미이다. 묻어야 하니까 무덤이고, 이를 한자로 쓰니까 묘지이며, 산에 있으니까 산소(山所)이다. 이는 다른 말로 음택(陰宅)이라고 하는 죽은 자의 집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야 당연히 습하지 않고, 햇빛이 잘 들어오며 통풍이 잘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을 골라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와 동일하게 생각해서 무덤도 집이므로 습하지 않고 햇빛이 잘 들어오며 장풍이 잘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을 선택했다. 다만 지상(地上)이냐 지하(地下)냐가 다를 뿐이다.

어쨌든 그런 길지를 잡으면, 땅의 성정대로 그 곳에 묻힌 시신의 후손들이 동기감응을 받아서 귀를 얻거나 부를 가지거나 자손이 번성하게 된 무수한 사례들을 경험하고 확인해왔던 것이다. 풍수는 대를 이어서 확인을 해야 하므로 검증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리는 것이 특징이지만, ‘~카더라’가 아닌 몸소 전율하며 느껴왔기에 풍수학이 존재해온 것이다.
옛날에는 농경사회의 시스템 하에서 대를 이어서 살았으므로 풍수학의 징험을 체득했으나 현대는 한 군데 붙박이로 살지 않으므로 풍수학의 실현성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이젠 아는 사람만이 선택하는 풍수학이 됐다. 그러나 풍수학을 찾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과의 괴리는 더욱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 거주지의 중요성

주택 풍수에 있어서 확실한 것은 ‘내’가 체험하고 판단하는 주체라는 사실이다. 풍수학은 미신이라는 심적인 장벽 때문에 어느 정도 베짱이 있는 사람이라야 풍수학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
주택이나 아파트, 전원주택, 별장과 같은 거주용 건물은 그 용도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그 곳에 사는 사람이 건강하게 되고, 집중력이 생기고, 강한 성격이 형성되며, 인내심을 발휘하고,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게 된다면 주택으로서는 최고의 길지이며 길택이다.
그 반대로 자고나면 머리가 아프거나 무기력증이 생기고, 아픈 곳이 여기저기 발생하며, 연이은 사고나 흉사가 일어난다면 사는 곳이 좋지 않은 곳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누구는 귀인을 만나서 부자가 되고 출세를 하는데, 나는 사기꾼을 만나고, 도둑놈을 만나서 재산이 날아가고 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이 하면서 가산을 탕진하고 있다면 한번쯤은 살고 있는 집을 살펴볼 일이다. 풍수학은 잠긴 자물통을 열어줄 열쇠이다. 자물통은 그에 맞는 열쇠가 아니면 열리지 않는다.

풍수적으로 좋은 집이란 화려하거나 비싼 집이 아니다. 화려하고 비싼 집은 부자가 사는 집이다. 그러므로 부자가 건물을 잘 지어서 산다고해서 길택은 아니다.길택에서 흉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2011년 7월 폭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이 사망했는데, 한 저택에서는 신세계회장의 부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요즈음에는 건축술이 뛰어나서 건물은 잘 짓는다. 만약 아무 곳에나 건물만 잘 지어서 살면 된다고 하면 위대한 학자나 큰 인물들이 태어나고 자란 집과 동일하게 지어서 살면 다들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등식이 나와야 한다. 건물풍수의 핵심은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터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유상종이란 말과 같이 같은 것끼리 뭉친다. 기운도 좋은 기운은 좋은 기운끼리 모이고, 나쁜 기운은 나쁜 기운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다. 오염되지 않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만, 오염된 물에는 병균만이 득실거린다.

- 생생의 원리

거주지를 풍수로 판단하는 것은 바로 잘 살기 위함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부유하게 사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고매한 인격을 수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풍수학은 유·불·선 등 동아시아의 모든 사상을 담고 있다. 동아시아의 사상이 발전하면서 3천년동안 같은 공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이다.
그 중에서도 ‘주역’의 생생(生生)의 사유방식에 기대는 바가 크다. 생생이란 낳고 낳고 또 낳는 것이다 (生生之謂易 : 주역계사전). 자연의 원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 낳고 또 낳아서 생명이 이어가는 것이다. ‘생생’이란 생물이란 살려고 태어난 것이므로 얼마나 잘 사느냐와 얼마나 오래 사느냐로 귀착된다.

■땅이 좋아야 우성의 열매 맺어져

잘 산다고 하는 것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오래 산다고 하는 것은 한 개체가 오래 사는 것을 말하지만, 그것을 초월해 영원히 사는 것을 말한다. 영원한 삶은 낳고 또 낳아서 개체의 유전자가 영원히 전달돼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가 영원히 전달된다면 영원히 사는 것이다. 영원히 살기 위해서는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열매나 씨앗을 맺지 못하는 꽃은 권리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므로 꽃으로써 가치가 없다. 만약 땅이 황폐하다면 꽃이 핀다고 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땅이 좋아야 우성의 열매와 씨앗이 튼실하게 맺어지고, 그 씨앗에서 또 씨앗이 맺어진다.

우수한 유전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환경론이다. 아무리 우수한 유전자의 씨앗이라고 해도 자갈밭에서는 좋은 씨앗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람도 식물처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풍수학은 유전자론과 환경론을 함께 언급하고 있는 통합학문이다.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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