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지난 2016년 11월 중국 상해를 찾았을 땐 아이돌그룹 엑소(EXO)를 비롯해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주역인 배우 이광수와 가수 김종국의 광고를 번화가인 남경동로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정원인 '예원(Yu Garden)'에서도 배우 전지현의 광고를 곳곳에서 마주쳤다. 이후 불과 몇 개월이 흐른 지난해 2월, 남경과 항주 여행에서 느낌이 왔다. 한국 브랜드 매장 외에는 예전처럼 우리나라 스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분명, 한류는 사라지고 있었다.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지난해 3월 15일 한국 관광을 금지하는 '금한령(禁韓令)'을 내린 지 1년이 지났다. 가시적으로는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로 바글바글했던 명동 거리가 썰렁해졌으며, 중국에 진출했던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공백과 외면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에 의존해왔던 면세점과 백화점, 화장품 업계 등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부 면세점들은 문을 닫거나 임대료 조정을 요구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사드 보복으로 휘청거리는 업계를 보며 '한 우물 파기'의 모순을 느꼈다. 업계가 100% 중국만을 위한 사업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전반적으로 그랬다. 유커에 의존한 브랜드들은 영업난을 겪고 급격하게 핸들을 꺾었다. 베트남과 일본, 유럽, 미국 등에 갑작스런 진출을 발표하고 다양한 기업과 인수합병(M&A)를 통해 다각화를 모색했지만 유커의 공백을 채울 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개별 중국인 관광객인 싼커(散客)의 방문은 꾸준히 이어져 마냥 중국 마케팅을 놓을 수도 없는 상태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접견을 진행했다. 접견에서 양제츠 위원은 미세먼지 문제를 비롯해 단체관광 정상화와 중국내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 진행, 선양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등 문 대통령의 관심사항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는 이를 믿어주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보복 1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가 정상화 되고 금한령도 해제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눈에 띄는 회복은 없었다. 이번 양제츠 위원의 발언이 선언적 수준이 아니라 타격을 입은 국내 업계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만큼의 뚜렷한 융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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