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정황 32건 확인
김 회장 "금감원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진술
특별검사 자료 검찰에 제공…"상응 조치 취할 것"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금융감독원이 KEB하나은행의 2013년 신입 채용 과정에서 3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으로 추정되는 추천명단도 확인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 불명예 퇴진한 최흥식 전 원장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합격 기준 점수에 미달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 비리 검사 잠정결과 최종합격자 229명 중 주요 인사 추천 등에 따른 특혜 합격자는 32명으로 파악됐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은 16건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서류전형부터 추천내용 항목에 '최종합격'으로 표기돼 있었으며 실제로 최종합격했다.

추천자 명단에는 당시 하나은행장과 하나은행 부행장,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청와대 감사관, 국회 정무실,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으로 표기된 사람도 있었다.

특히 추천자에 '김○○(회)'로 기재된 것도 발견됐다. 김○○은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으로 '(회)'는 당시 하나금융 회장인 김정태 회장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최성일 부원장보는 "추정은 되지만 확인은 되지 않았다"며 "김 회장 본인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 6명도 있었다. 금감원은 '짱'은 당시 하나은행장인 김종준 은행장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함□□대표님(◇◇시장비서실장 ▽▽▽)'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있었다.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미달하였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검사 결과 함□□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였던 함영주 은행장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 기준에 1점 못 미쳤으나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최종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한 남성 특혜 합격이 2건,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조작이 14건도 조사됐다. 최종 임원면접시 합격권에 있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남성 2명의 순위를 높였다. 합숙 및 임원 면접단계에서도 명문대 지원자를 중심으로 원점수 기준으로는 불합격권인 12명을 합격 처리했다.

최 부원장보는 "지난달 30일 채용 비리 정황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검찰에 수사참고 자료로 제공했으며 향후 엄정한 수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며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 노조 측은 일간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간 주장했던 의혹들이 하나하나 진실로 밝혀지고 있다"며 "이번 금감원의 조사에서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의 채용 비리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만큼, 검찰 조사를 통해 의혹들이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김 회장 연루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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