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단 3곳 뿐…스타트업 제도·규제 재검토해야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전 세계에서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Unicorn)' 기업의 약 80%가 미국과 중국, 인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3개에 불과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최근 발표한 '혁신경제 척도 유니콘 기업으로 보는 미래 경제 강국'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설립 10년 이하의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 236개사 중 190개(80.5%)가 미국과 중국, 인도 기업이었다.

미국이 116개사(49.2%)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이 64개사(27.1%), 인도가 10개사(4.2%) 순이었다.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데카콘(Decacorn)' 기업 16개도 모두 미국(9개), 중국(6개), 인도(1개)에서 나왔다.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지난달 현재 '쿠팡'과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등 3개(1.3%)에 불과하며 기업 수나 기업 평균가치 면에서 스웨덴, 독일, 영국 등과 함께 2군에 머물러있다.

기업가치 상위 업종은 '공유경제', '전자상거래', '핀테크' 순이었다. 공유경제의 경우 미국 '우버(Uber)'가 '차량공유'라는 신개념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이를 벤치마킹한 중국의 '디디추싱(Didi Chuxing)'이나 싱가폴의 '그랩택시(Grab Taxi)'와 같은 다양한 국가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했다.

이들 기업은 공유대상을 차량에서 자전거, 오토바이, 항공기 등으로 확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유경제를 법·제도 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규제환경의 국가에서는 연관 사업을 찾기 어려웠다.

한경연은 "국내에서 우버 서비스는 제공이 불가능하다"며 "정해진 출퇴근 시간 이외의 카풀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라는 정부의 유권해석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차량공유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카풀시장 2위 업체였던 '럭시'에 투자했으나 택시업계 반발로 최근 카카오에 지분을 넘긴 상태다.

기업가치가 높은 업종 중 전자상거래의 경우는 미국의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엔비(Aiebnb)'와 중국의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 '메이투안 디엔핑(Meituan-Dianping)', 인도의 e-커머스 '플립카트(Flipkart)' 등이 있으며 이들은 거대한 내수시장 규모가 주요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1개 업종에 1개 유니콘 기업만 있는 경우가 17건이었는데 대표 유니콘 기업 1개사가 해당업종의 성공 사례를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테슬라모터스의 우주여행 프로젝트이자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 엑스(Space X)'가 이에 해당한다.

GGV캐피탈과 세콰이어캐피탈,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유니콘 투자를 주도하는 가운데 스타트업에 선구안이 있는 글로벌 IT기업들도 벤처캐피탈을 설립해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자국내 유망 유니콘들을 지원하거나 선도기업이 같은 업종의 타국가 유니콘에 투자는 등 업종·기술 간 동맹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기업이 유니콘 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삼성전자가 자율주행 센서를 개발한 미국의 '쿼너지 시스템즈(Quanergy Systems)'에 지분 투자한 것이 유일했다.

한경연은 이처럼 국내 유니콘 기업 탄생이 저조한 이유로 사업 아이디어 실현을 막는 법·제도 환경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공유경제 사업 규제를 비롯해 업종 특성 상관없이 주당 52시간 근무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또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 어려운 환경,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로 번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막는 정책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우리나라가 90년대 말 '닷컴' 열풍 속에서 네이버와 넥센,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의 신생 대기업이 탄생했으나 이후 내놓을 만한 성공 사례가 부조한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을 맞고 있다"며 "다양한 스타트업 사업모델을 허용하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과거 규제중심의 기업정책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미래 혁신경제를 선도할 벤처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