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빗장을 열어 열차가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서유럽 끝까지 달려가야 한다.”

‘봄’이 오는 한반도에 이 달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과 5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적잖은 이들은 대한만국이 ‘섬’을 벗어나 한민족의 웅지를 펼치는 날이 오길 이처럼 표현하고 있다. 한반도에 찾아온 봄의 개화(開花)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대로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 기회를 살려나가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처럼 ‘가을 결실’을 위해선 당사국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철도 연결 의제에 합의를 본다면 신뢰가 굳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육로 수출길 확보를 꿈꾸는 우리 정부와 '일대일로'(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경제벨트)를 구상하는 중국, '신동방정책'을 펼치는 러시아의 교집합을 이루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평화 구현 촉매제로서 철도 연결이 큰 가치를 지니기에 실현되길 바라는 바 크다.

■대륙·해양 진출 교두보 철도 연결

한 번 상상해보자.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베이징, 몽골, 모스크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라인강 하구까지 사람과 물자를 나르는 그 모습을! ‘신세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한반도 종단철도(TKR) 운행은 신뢰와 상호이익의 상징어인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얘기가 결코 아니다. 서울~신의주 경의선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에 완성된 상태다. 오랜 방치로 인해 녹이 슬었겠지만, 평창 합의처럼 남북이 의기투합하면 재개가 가능한 노선이다.

기억할 것이다. 2015년 벽두, 박근혜 정부가 ‘서울~신의주·나진 한반도 종단철도’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사실을. 비록 선언에 그치고 말았지만, 보수정권에서조차 한반도 종단철도는 매력적인 통일기반 사업으로 인식됐다.

남북 철도 연결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일관된 대북 정책이었다. 당시 정부는 군사분계선으로 잘린 한반도 종단철도를 먼저 잇고, 이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대륙 횡단철도(TCR)와 연결해 유럽으로 간다는 구상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이해가 다소 엇갈린 부분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주변 강대국들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차에, 평창을 지렛대로 한 남북한 대화가 재개됐다. 남북 간 현안들이 속전속결 합의되는 걸 보면서,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해결 안 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북문제가 잘 풀리고 한·중, 한·일 간에도 지역 협력 측면애서 철도교통의 상호 연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침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중 해저터널 필요성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도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고 한다. 해저터널에는 테슬라에서 하고 있는 하이퍼 루프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제시됐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30분 만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퍼 루프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와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2013년 제안한 캡슐형 초고속열차 시스템이다. 고속철도 비용의 10%면 건설이 가능할 정도로 저렴해 적극 고려하면 좋겠다.

■남북정상회담서 열어야 할 ‘과제’

한·중 해저터널은 북한을 거치지 않아도 중국, 러시아 등 대륙철도와 연결돼 국가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프로젝트라는 평가다. 100조원 정도의 막대한 공사비와 장기간에 걸친 공사기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 동부 해안지역을 한국의 내수시장화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 또한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이 해양세력(미국과 일본)과 대륙세력(중국과 러시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양 세력이 교류·협력을 통해 조화롭게 번영한다면 한국도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중·일 3국 협력이 양 세력의 융합으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관건이 북한 문제다. 단기적으론 북한과 소통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을 열고 통일을 이룩해야 하는 것이다.

한·중, 한·일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동북아 물류 지형이 바뀌는 경제적 변화뿐 아니라 남북한과 중국, 일본이 하나로 연결되는 동북아 공동체 건설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국 알래스카 놈~러시아 우엘렌을 잇는 베링해협 터널도 검토 중이다. 해저터널 102㎞, 총길이 600㎞로 유라시아철도와 북미대륙철도를 연결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세계는 7개 대륙이 분리되기 전 '판게아의 꿈'을 향해 가고 있다. 그 시발점을 한반도에서 찾아야 한다. 21세기 ‘한민족의 시대’를 열 수 있는 단초다. 그래서, ‘2018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고도 무겁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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