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처지가 더욱 곤혹스러워지고 있다. 부정청탁 의혹에 '외유성 출장'까지 날이 갈수록 고구마 줄기 나오듯 연일 의혹투성이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하는 청와대는 아직 ‘비호’하고 있지만 김 원장은 이미 '사면초가' 상태인 것이다.

김 원장을 둘러싼 의문은 ‘외유성 출장’에 비판이 모아지고 있다.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2016년5월29일)를 며칠 앞두고 자신의 후원금으로 2016년 5월 20~27일 독일ㆍ스웨덴·네덜란드로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정치후원금 잔액을 반납하지 않으려고 소위 ‘땡처리 외유’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21조는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잔여 후원금은 소속 정당에 인계하도록 규정돼 있음을 편법적으로 이용했다고 하겠다.

특히 김 원장의 2016년 5월 출장에도 여성 비서인 김모씨가 동행했다고 한다. 김씨는 2015년 5월 김 원장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을 받아 갔던 미국·유럽 출장에 인턴 신분으로 동행했던 인사다. 2016년엔 7급 비서로 승진한 상태였다.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5년 5월25일~6월3일 다녀온 미국·유럽 출장 또한 제기됐다. 김 원장은 금감원을 통해 KIEP의 유럽사무소 신설 필요성 및 추진 준비사항에 대한 점검 차 해당 출장을 다녀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를 통해 입수한 KIEP의 출장보고서엔 “본 출장은 김기식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의 출장이다. 현지기관 섭외를 위해 총 2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고 적시돼 있으니 공직자가 ‘거짓말’까지 한,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김 원장은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데 대해 “19대 국회까지는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색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적 공분만 더 키울 뿐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관행 운운’하며 김 원장 옹호에 나서고 있는 자세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원장 본인이나 여권이 비호하는 그 ‘관행’이야말로 국민들이 그토록 청산을 요구하는 ‘적폐’임을 직시해야 한다.

김 원장 스스로 왜 자신을 놓고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거센지를 바로 보길 바란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통과를 주도했다. 그래놓고 자신은 이를 어긴 행태를 보인 것이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27일 제정됐는데, 김 원장은 그 이후 피감기관인 KIEP 후원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갔다. 물론 김영란법이 2016년 9월부터 시행됐으니 김 원장이 처벌은 면한다 해도 일종의 법 계도기간이었던 시기에 법 제정의 당사자가 그런 행동을 한 건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김 원장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점은 초심을 잃어버린 정치인으로 비친다는 사실이다. 과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재벌 개혁과 사회 정의를 누구보다 앞장서 외쳤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시민운동가의 옷을 벗고 국회의원 자리에 앉아서는 정작 자신이 감시해야 할 피감기관으로부터 관련 예산을 지원받아 외유 관광을 다니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 청와대와 김 원장은 시간을 끌수록 파문은 커지게 마련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 원장 자신이 양심을 회복해 부끄러움을 안다면 용퇴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깨닫길 기대한다. 그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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