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과 그 가족의 사회적 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재벌가의 ‘슈퍼 갑질’에 또다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조 전무는 "법적 책임을 다하고 어떠한 사회적 비난도 달게 받겠다"며 '머리숙여 사과합니다'란 제목의 이메일을 대한항공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등 최근 불거진 부적절한 언동과 갑질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 사건 이후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고, 대한항공 내부에서 조 전무의 또 다른 폭언 제보가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법당국에서 의법 처리하겠지만, 법을 떠나 ‘인간 말종’ 같은 갑질은 단죄돼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에서 지도층과 ‘있는 집안’ 인사들의 사회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확립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화그룹 김승현 회장의 아들들이 대형로펌의 변호사들하고 술을 마시다 폭행·폭언하고,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까지 흔들었던 갑질,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상습 폭언과 백미러 접고 운전 강요,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갑질 매뉴얼과 폭행 등 재벌가 2·3세, 특히 3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 조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은 국민들 기억 범위 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재벌가의 갑질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 문제의 재벌가들은 사회적 비난이 빗발치고 감독관청이 조사, 제재에 나서면 그제서야 슬그머니 몸을 낮춘다. 우선 위기를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오너 경영인들의 갑질이 이런 식으로 되풀이 돼선 안 된다. 누구보다 재벌 2·3세들의 인성에 기반한 윤리도덕성 확립이 요청된다. 이미 우리 사회 권력은 정부로부터 시장, 기업으로 넘어갔다. 갑질은 장기적으로 갑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 부도덕한 리더를 가진 회사는 외부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돼 미래가 어두워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겠다. 가정과 기업, 사회가 훈육하고 계도하는 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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