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중국이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폐비닐 등의 수입을 규제하자 폐자원의 가격이 떨어져 국내 재활용 업체들이 수거 거부에 나섰다. 이른바 '재활용 대란'이다. 영문도 모른 채 아파트 분리수거 공간에 쌓여가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마주한 주민들의 혼란이 길어지자 환경부가 뒤늦게 재활용업체와 합의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상이한 가이드라인과 늦장대응은 주민들의 반발을 낮추기엔 역부족이었다.

환경부는 결국 지난 24일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른 '제1차 제품 순환이용성 평가계획(2018년∼2020년)'을 수립했다. 순환이용성 평가는 제품이 폐기됐을 때의 재활용 저해요소를 평가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반영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이번 재활용 대란을 일으킨 페트병과 발포합성수지 등 10개의 제품군을 제1차 평가계획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환경부는 순환이용성 평가계획과 함께 포장재 사용 생산업체들과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참여하는 생산업체는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 농심, 롯데제과 등 19곳 이다. 이들 업체들은 내년까지 생수와 음료 등 페트병을 무색만 사용하도록 포장재의 재질·구조, 종이라벨 사용과 몸체 인쇄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뚜껑과 몸체의 재질이 달랐던 제품들도 이를 통일하기로 했다.

대형마트도 자발적으로 환경 지키기에 나섰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5개사는 '비닐·플라스틱 감축 자발적 협약'을 맺고 비닐롤백 사용 제한과 상품 포장재·포장방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해 나간다. 종이 사용 절감을 위해 모바일 영수증과 대여용 장바구니를 운영도 확대한다.

중국이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등 고체 폐기물 24종에 대한 수입 규제는 이미 지난해 7월 예고된 문제다.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할 시간이 반년이나 주어졌지만 우리 정부는 그 시간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물론 폐기물 규제만이 이 같은 사태를 유발했다고 할 순 없다. 1인가구의 증가와 유통업계 서비스 경쟁으로 개별포장·택배 등이 증가했으며, 포장이나 방한용으로 쓰이는 에어캡비닐 등이 재활용 책임 대상 품목에서 빠져있는 등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허점도 분명히 있었다.

정부는 그동안 말 뿐이었던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과 분리수거 요령 등을 강력하게 시행해야할 시기다. 순환이용성 평가를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친환경 제품을 만들거나 환경캠페인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을 우대하는 방침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재활용 대란은 다시 온다. 당장은 미세먼지에 뿌옇게 가려져 있지만 쓰레기가 우리 생활 가장 가까이에서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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