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살풍경(殺風景)이다. 정치가 뭐라고 6·13 지방선거 공천 탈락에 항의하면서 자해소동을 벌이는가 하면 국회에선 제1야당 원내대표가 단식 투쟁 중 시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살풍경! 살기를 띤 광경 맞다. 이유야 어디 있든 이래선 안 된다. “정치는 정의, 곧 올곧음을 추구하는 것.(政者正也)”이라고 공자는 설파했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한 사회의 ‘거울’이라고도 한다. 정치 수준은 그 사회의 수준과 같기에 하는 말이다.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일을 정치권 탓만 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그 조직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은 큰 흠결이 없는 한 지도자를 믿고 따라간다. ‘지도자를 잘못 뽑았노라!’고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일단은 신뢰하게 마련이다. 여하튼 지도자는 그 단체, 조직의 상징이면서 파급력이 크기에 중요하다.

■자해·폭행 난무 ‘살풍경’ 정치권

맹자가 일찍이 “1만 명의 병졸을 얻기 쉬워도 한 명의 장수를 얻기는 어렵다.(萬卒得易 一將得難)”고 한 말이 지도자의 위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해도 외로이 비추는 달 하나만 못하고, 높은 탑에 층층마다 불을 밝힌다 해도 어두운 곳에 등불 하나 건 만큼 밝지 못한 바와 같다고 하겠다.

근래 민선7기 지방자치를 책임질 시·도 지사와 교육감, 시·군·구청장, 각급 지방의원 등에 출마할 후보들 간 대진표가 거의 짜여졌다. 앞으로 4년 간 지역 살림을 돌보는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발전·퇴보가 갈린다. 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세계화·분권화 시대에 지방자치제도는 점점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지자제가 확대될수록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도 정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지방정부 선출직들의 역할도 갈수록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과제는 지방정치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물 선정이다. 지역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식견, 성실성, 도덕성이 담보되는 인물을 내세워야 하고 유권자는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후보들의 책무도 크고 무겁다. 실현 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상대방 공격이나 상대 후보의 실책만을 문제 삼는 저급한 선거 운동은 안 된다. 정치 혐오만 키울 뿐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가 네거티브로 흐르고 있어 안타깝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연일 ‘박원순표 정책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김 후보는 “박 시장이 지난 7년 간 토목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고, 자연을 방치해 버린 탓에 서울 교통지옥을 유발했다”며 “예산이나 수익성이 충분한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진정한 문명사회 지도자라고 볼 수 없다”고 비꼬았다.

안 후보도 박원순표 정책인 서울로7017과 서울혁신파크 등을 방문해 ‘전시성 예산 및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임대료가 비싸 청년에게 그림의 떡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사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측 ‘로키 전략’ 눈길

이 같은 상대방 후보 측의 도발에도 박 시장측은 반박하거나 해명을 내놓는 등의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눈길을 모은다. 무대응하는 ‘로키(Low-key)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박 시장으로 대세론이 굳어진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는 논란에 휘말리지 말고, 시정에 집중해 최대한 현역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박 시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통 1주년을 맞은 서울로7017은 시민 1천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있고, 서울 대중교통 속도나 만족도는 모두 개선됐다”고 한마디로 가볍게 일축했다.

유권자는 앞으로 남은 기간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골라야 한다. 내 손에 우리 지역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자세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후보들 역시 깨끗한 정책대결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흑색선전으로 지방자치를 진흙탕으로 빠뜨려선 안 된다. 중앙정치 의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지방선거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냉정한 눈과 참여가 요청된다. 그래야 미래가 열린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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