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인중지대물박(人衆地大物博·사람이 많고 땅은 넓으며 물산이 풍부하다). 예로부터 중국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나 박제가의 '북학의(北學議)'에는 당시 동아시아 뿐 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선도국가였던 중국의 진기한 문물을 보고서 놀라워한 기록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우리나라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중국의 앞선 문물을 배우고 받아들여야 한다(北學)고 열변을 토했다.

이렇듯 만년제국으로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중화제국의 위용도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거센 파고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며 아편전쟁 이후 100여년 동안 굴욕의 한 세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정책으로 잠자고 있던 거인 중국이 깨어나면서 산업화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에는 중국의 절대 우위인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값싼 중국산 물품들이 쏟아졌다. 중국보다 조금 앞서 산업화를 시작한 이득으로 세계적으로 중견국가의 소득수준을 향유하고 전자·자동차·철강 등의 산업부문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배출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산은 싸구려·짝퉁(모조품)으로 인식돼 내려보게 됐다.

하지만 이젠 중국산이라고 얕볼 수 없게 됐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성적표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지난 7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화웨이, 오포, 비보, 샤요미 등 중국 업체가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0.8%에서 올해 1분기 1.3%로 소폭 반등했다지만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평균점유율은 2.1%로 정점을 찍었던 2013년 19.7%의 10분의 1수준이다. 2016년 0.084%을 마지막으로 온라인 유통만 하고 있는 LG전자는 아예 집계조차 없다. 애플도 13.3%로 5위를 차지했지만 과거의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더 이상 챔피언이 아니다. 가격혁신을 통해 호주머니가 가벼운 중국 소비자 맞춤형 초저가 스마트폰을 내놓은 샤오미, 광고 마케팅 혁신을 통해 소비자와의 소통에 성공한 오포·비보 사례를 도전자로서 벤치마킹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짐짓 머뭇거리다가 이제는 잊혀진 이름이 된 노키아·모토로라의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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