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과총 바이오포럼, '건강·의료 빅데이터 구축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제 개선' 세미나 열어
의료·과학계, "사전동의 강제 완화 등 규제완화 특별법 필요" VS 시민사회, "개인 정보 활용 거버넌스 구축해야"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서울 송파갑·자유한국당) 의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9일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제' 세미나를 열고 바람직한 개인정보보호법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세미나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4차산업혁명시대 보건·의료 수준 향상을 위한 의료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서 엄격하게 규정된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관련 법제 개선을 위해서는 전문가와 시민사회간의 상호 이해와 소통을 통한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서울 송파갑·자유한국당) 의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9일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제' 세미나를 열고 바람직한 개인정보보호법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변리사)는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에서 혁신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다짐했다"며 "하지만 같은 공약집에서 개인정보보호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정보의 수집항목 및 수집이용목적을 세분화하고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Opt-In)'를 받도록 하게 함으로써 비식별 개인정보의 활용을 힘들게 해 앞선 공약의 실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된 지난 1999년의 개인정보보호환경에 비해 현재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통해 일상적인 정보가 상시적으로 축적되고 있어 일일이 사전동의를 하기가 번거롭다"며 "특히 노년층이나 장애인, 문맹자 등 정보통신기술 취약계층은 복잡한 사전동의제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이들의 정보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함으로써 '프라이버시 디바이드(개인 사생활정보 보호 격차·Privacy Divide)'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 결과 신문, 방송 등을 활용해 매스마케팅을 하는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직접 고객층을 겨냥한 타겟마케팅이 불가능해 대·중소기업 격차가 심화되고 혁신적인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재식별의 가능성이 낮은 비식별정보를 현실적인 위험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개인 정보로 정의해 규제하는 현재의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식별정보와 비식별정보로 나눠 식별정보에만 동의제도를 적용하고 비식별정보는 동의없이 빅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되 개인식별행위는 처벌규정을 도입하는 등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며 "동의방식도 정부가 강요하지 않고 정보주체가 알아서 개별적 사전 동의와 '포괄 동의(One Click Consent)후 개별 사후동의배제(Opt-Out)'를 선택할 수 있게 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원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의료·과학계는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을 위해 더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최인영 카톨릭대 의대 교수는 "현 정보보호법 체계는 다중적인 규제로 의료 빅데이터 활용이 쉽지 않다"며 "일반법 수준의 제정이 어렵다면 가칭 비식별정보의 보건·의료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우선 입법화해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의 규제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공동주최한 김명자 과총 회장은 "과학기술분야의 혁신은 과거 산업계-학계-연구계의 3각협력모델에서 이제는 기술이 수용될 수 있는 시민사회와 사회제도적 환경의 협조가 더해지는 5각 협력모델로 바뀌었기에 각 주체들간의 의견의 교환과 소통, 이해가 중요하다"면서도 "정부는 미래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서 더욱 책임성을 갖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의료인들의 환자 비밀 보호 준수의무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국민들은 민감한 개인의료정보를 제공한다"며 "의료인들이 비식별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규제완화를 촉구하기 전에 이런 정보가 공익적인 목적으로만 활용될 것이라는 국민적인 신뢰를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원복 교수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제에 대한 우리나라 시민사회와 전문가 의료집단간의 이해의 간극을 보면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저서 '신뢰'에서 묘사된 저신뢰사회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전문가인 의료인들은 수집된 개인정보가 공익적인 목적에만 활용될 것이라는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고 시민들은 의료인들의 활동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의료정보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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