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업 현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심하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일의 특성상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업종이 적지 않은 데다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볼지에 대한 정부 기준과 세부 지침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들조차 대한민국 전체가 주 52시간제의 실험장이 됐다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려면 인력을 10~30% 정도 더 뽑아야 하지만 채용 확대가 쉽지 않다. 노동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한번 뽑으면 해고 등 구조조정을 하기가 힘들다. ‘고용 유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이유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단위 기간에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필요하면 추가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이 2주(취업규칙) 또는 3개월(서면 합의)로 다른 선진국보다 짧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납품 기한을 지키기 어렵다며 애로를 호소하는 현실이다.

2017년도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하도급 기업 비중은 41.9%다. 하도급 중소제조업의 위탁기업 의존도는 81.4%로 매우 높은데, 위탁기업과 거래할 시 ‘납기 단축 촉박’을 호소하는 업체는 34.1%에 달한다. 이런 실정을 고려한다면 중소기업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숫자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얼추 300만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의 근로자수는 전체 근로자의 88% 정도다.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살아야 경제 활로가 트일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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