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수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당초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만 폐지하는 안이 제기됐으나 이후 공공택지 중 국민주택 규모 초과 주택, 경제자유구역 및 관광특구 내에서의 복합건축물 등에 확대 적용하자는 의원입법안들이 추가로 발의됐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 지역별로 닥친 주택 문제의 현실이 각기 다르다 보니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이제 좀 더 종합적인 시각에서 분양가상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민간택지에 한해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있다. 폐지 찬성 입장의 경우에도 적용 범위를 두고 이견이 많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폐지하더라도 당장 주택건설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되고 서민들의 주택 마련만 어려워진다는 우려다. 미분양이 적체된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있는 건설업체는 많지 않다. 분양가가 다시 높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송도·청라지구 분양이 호조를 띄는 데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한몫하고 있다. 향후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신축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최대한 구입 가격이 낮아야 한다.

둘째, 당장은 아니지만 경기 회복 시기에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이유다.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구매력이 살아나 다시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되면 분양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과거 경험에 비춰 일견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향후 3~4년 동안은 민간택지보다 공공택지에서의 주택 분양이 더 많을 예정이고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 부문이 공급하는 중소형 주택이 많다. 이미 지난해부터 공공택지에서의 주택 공급이 전체 주택 공급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 제2기 신도시에서의 주택 공급과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의 보금자리주택은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경기도 지역의 경우 민간택지에서만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주택은 전체 공급규모의 14%(약 2만호)에 불과하다. 신규 공급 주택의 품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에 경제자유구역이나 관광특구,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등 특수 목적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고분양가 논란이 심화됐던 당시에도 도입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다. 직접적인 가격 규제가 결코 최선의 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과거에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 다른 대안을 모색할 시간이 없어 불가피하게 선택한 대안이었다.

분양가상한제는 즉각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한 조기 분양으로 지금의 미분양 적체를 초래했다. 최근 분양가가 인하 조짐을 보이는 것도 제도적 영향이라기보다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과잉 공급 때문이다. 그러므로 향후 경기가 회복될 시점에 대한 우려는 분양가상한제가 아닌 수요·공급 여건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경기 활성화 수단이 아니라 시장논리에 부합하는 규제의 정상화ㆍ선진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분양가 자율화를 통해 짧은 기간 안에 주택 품질을 크게 발전시킨 바 있다. 이제 분양가 자율화를 주택의 녹색 혁명을 이룰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공공택지 내 국민주택 규모 초과 주택이나 공모형 PF사업, 경제자유구역 등에서는 녹색건설에 부합하는 건설 기준을 제시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배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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