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예컨대 세상사 질서 유지를 위해선 법률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률로써 시시콜콜 금하는 일이 많다 보면, 백성은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무엇을 해보려는 마음이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활기를 잃게 되고 점점 더 궁핍해지게 된다.

‘논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공자에게 자공이 물었다. “사(자장)와 상(자하)은 누가 더 현명합니까.”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師也過 商也不及).” 이에 자공이 “그럼 누가 더 낫습니까”라고 재차 묻자 공자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過猶不及)”고 가르쳤다.

넘치지도 모자람도 없는 적절함이 요청된다는 비유다. 정치와 경제, 사회일반 등 인간 삶 자체가 그렇다. 기업 현실을 보자.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기업에 자율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인들은 세계 흐름과 역행하는 규제로 인해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 것은 우리를 자승자박하는 과잉 규제 때문”이라고 개탄했을 정도다.

■세계 흐름 역행하는 과도한 규제

이른바 ‘시민의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임에도 국민을 옥죄는 규제의 벽을 더 높이 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 법안 10개 중 6~7개가 친노동·반기업 성향의 규제 법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과 행정부부터 변화를 선도하는 데 힘써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 법안과 예산 지원 등으로 기업의 자율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는 구미 선진국 및 일본 등에 비해 산업화에 늦어 20세기를 ‘비운’ 속에 보냈다. 그나마 20세기 후반 선진국을 빠르게 추종한 패스트 팔로우 역을 충실히 수행, 이젠 선진국 문턱에 있게 됐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우리도 선두에서 이끄는 퍼스트 무버 국가가 돼야 한다.

이미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짜고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공장자동화를 핵심으로 한 '인더스터리 4.0' 전략으로 해외로 나갔던 자국기업 공장이 다시 독일로 돌아오면 제2의 산업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본도 미래투자회의라는 기구를 만들고 정부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나마 산업계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법과 제도에 막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의료와 IT분야 강국이지만 '원격의료'나 '로봇진료' 등이 법·제도 미비로 아직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뿐만 아니라 드론 등도 규제 장벽에 막혀 기술 개발이나 사업화에서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올무’ 제거로 추동력 재가동해야

규제에 막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드론 산업의 실정을 보면 우리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여러 겹의 규제 사슬에 묶여 있다. 항공안전법 상 서울은 대부분 비행금지구역과 비행제한구역이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최근 해빙 국면을 맞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우수한 기업들이 드론 산업과 관련한 핵심 기술들을 가졌음에도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잃은 것도 이런 복합 규제 탓이다. 정부가 뒤늦게 ‘드론 특별비행승인제’ 도입 등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복잡한 승인 절차 탓에 별무 효과라는 지적이다. 반면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창업과 인허가 등 민생을 위한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올무라고 하겠다. 사실 규제 개혁은 이미 역대 정부를 거치며 행정개혁위원회, 행정쇄신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규제개혁기획단, 규제개혁추진단 등의 이름으로 추진돼 왔다. 그런데도 국민은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백성의 삶을 옥죄는 과도한 법과 제도도 문제이지만 민초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법과 제도 정비가 긴요하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시대에는 발 빠르게 대처해 세계 10위권까지 도약했던 한국경제의 추동력을 다시 살려야겠다. ‘논어’는 이렇게 교훈을 주고 있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나 앞으로의 일은 오히려 좇아갈 수 있다.(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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