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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혁신'과 '개혁' 사이
   
▲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4차산업혁명이 가시화 되면서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이를 검색해보면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언을 찾을 수 있다. 경제원리 파악에 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그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발전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며 그것은 생산 제요소의 신결합에 의해 내부로부터 변혁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적 파괴란 기술을 통해 낡은 것을 파괴·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조지프 슘페터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조적 파괴는 그를 통해 100여 년 전에 등장한 용어지만 4차산업혁명이 도래한 21세기에 더 들어맞는 논리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 되는 현재,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4차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에 유통업계는 적극 동참하고 있다.

매장에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을 도입하며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하고,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들은 AI(인공지능)챗봇 상담원을 통해 24시간 상담을 가능케 했다. 세븐일레븐은 생체인식 스마트편의점 '시그니처'를, 이마트는 자율주행카드 '일라이'를 공개하며 첨단 유통산업 미리보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들 유통기업은 신규채용의 규모도 늘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7천20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최대 7천500명까지 신규채용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신규 점포 오픈이 없음에도 1만명 이상 채용 계획을 발표했으며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60% 증가한 3천150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작 유통업계는 일요일 의무휴업과 출점지역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 상생을 키워드로 한 유통 개혁에 갇혀 신규 사업에는 제동이 걸려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라는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등에 짊어진 상태에서 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4차산업혁명에 따른 유통업의 변화'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통산업은 매출액 대비 기술R&D(연구개발) 비용이 전 산업 대비 저조했으며,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등 ICT(정보통신기술) 특허출원 실적 및 이용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산업의 기술 투자·연구개발 촉진을 위한 법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유통업은 신기술이 더해지면 국민들이 4차산업혁명에 적응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산업이다. 규제라는 자물쇠를 걸어놓고 혁신과 고용창출을 강요하는 것은 100년 전 등장한 창조적 파괴에서 뒷걸음질 치는 행태다. 일감 몰아주기와 탈세 등을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은 옳지만 소비자와 연결되는 부문에서 강화되는 규제는 4차산업혁명시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장벽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기간 동안 기업들이 창조적 파괴를 시도할 수 있도록 법 제도 정비와 규제 완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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