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있으랴마는 6월13일로 예정된 민선7기 지방선거는 더욱 중요하다. 지난 50여년 우리는 정부가 만들어 논 탄탄한 길 위를 부지런히 달리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 무작정 달려서는 안 되는 막다른 길에 직면했다. 성장정체라는 위기가 우리 앞에 버티고 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50년, 100년을 대비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중앙정치 의제에 매몰되고 정치공학만 난무할 뿐 지방정부 성공을 위한 정책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여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다 보니 여야의 선거운동은 ‘문재인 대세론’이냐 ‘문재인 실정론’이냐로만 모아지고 있다. 지역의제 ‘실종’이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이번 이슈 없는 지방선거가 됐고, 관심이 없으며, 무대 없는 ‘3무(無) 선거’가 되리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5월 22일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지방선거 하루 전인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점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방선거 전날 역사적인 북·미 담판이 벌어지며 최절정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6월 이후로도 8월 15일 이산가족 상봉, 가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등 연말까지 쭉 일정이 잡혀 있다. 개별 후보들의 변별성이 두드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지지율이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 및 공천장 수여식을 가졌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일제히 ‘경제 실정론’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권교체 뒤 1년이 지났지만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도 ‘존재감 있는 대안야당’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틈새 마케팅’이 치열하다.

중요한 과제는 지방정부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물 선정이다. 지역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식견, 성실성, 도덕성이 담보되는 인물이 나서야 하고, 유권자는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한다. 현실성 없는 ‘빈 공약’만 남발하는 정당과 인사는 가려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현실에서 자칫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런데도 지방정치를 통해 감투를 쓰겠다는 이들은 공짜만 앞세운다. 이번엔 달라져야 한다. 지자체 곳간을 거덜 내고 민생을 파괴할 무책임한 공약을 내세우는 이들을 최우선적으로 도려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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