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분리해 시도지사(시도의회)와 교육감(교육위원회)을 별도로 두면서, 시도의회는 시도지사를, 교육위원회는 교육감을 통제하는 구조를 취해왔다. 지방의회와 교육위원회의 관계는, 지방의회와 별도의 교육위원회를 두는 분리형에서 양자의 결합을 시도한 결합형을 거쳐, 지방의회 속의 교육위원회인 지금의 일치형으로 변화됐다. 분리형의 이중적 의사결정구조의 비효율성을 시정하기 위해 교육위원회와 지방의회를 하나로 묶는 일치형 교육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일치형 교육위원회는 지방의회 소속 상임위원회의 하나로서, 교육위원회는 위원전원이 모두 지방의회의원으로 구성된다.

■ ‘순수 정치인’ 시도의원이 교육 결정

교육위원회는 교육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교육감을 통제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교육적으로 전문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중립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교육위원회를 ‘순수 정치인’인 시도의회의원으로 구성하게 하는 것은, 헌법 제31조 제4항이 요구하는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의 교육기본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교육의 성격을 지니는 무상급식의 경우 그 허용 여부 및 정도가 교육의 잣대로 결정돼야 하는데, 시도의회가 중앙당의 결정에 무조건적으로 종속되는 지금의 구조 하에서는 교육위원회의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결정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정치적 중립은커녕 지극히 정치적으로 흐르게 되며, 이는 교육의 자주 자율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지금의 교육위원회제도는 다음과 같은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는데, 첫째 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의 경우 헌법이 요구하는 교육의 전문성에 턱 없이 미흡하다. 1995년 교육자치법은 교육위원의 교육경력을 15년에서 10년으로, 2010년에는 5년으로 축소했고, 2014년에는 교육경력을 다시 3년으로 줄였다. 구성원 전원이 시도의회의원으로 대체된 지금의 교육위원회는 3년의 교육경력도 필요치 않다. 교육을 ‘순수 정치인’인 시도의회의원이 결정하는 것은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한 것으로, 의학적 지식과 솜씨가 있다고 해 의사 자격 없는 자에게 의술을 허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효율과 비용에만 급급한 나머지 교육의 백년대계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

둘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을 그 생명으로 하는데, 순수 정치인인 시도의회의원에게 교육을 결정하게 하는 것은 헌법의 정치적 중립성 요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교육위원회의 유형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형성범위 내에 있지만,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시도의회의원만으로 교육위원회를 구성하게 하는 것은, 교육자치의 실종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 정치 중립 위배…결합형 교육委 대안

셋째, 모든 시도는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의 상임위원회로 하고 있지만(일치형 교육위원회), 제주자치도는 교육위원회를 직선의 교육의원(5인)과 시도의회의원(4인)으로 조직하면서(지방의회 결합형 위원회), 교육의원을 과반이 되게 구성하고 있다(제주특별법 제64조). 이러한 결합형은 교육위원회를 정치인들로만 구성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나름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모든 시도의 교육위원회는 결합형이었는데, 지금의 일치형으로 법을 개정하면서 제주도에 한해 예외를 허용했기에, 제주도는 결합형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논의는, 독임제 교육감을 전제로 교육감을 통제하는 교육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 가였다. 본지 2017년 11월 29일자 칼럼에서 밝혔지만, 교육감을 합의제기관(교육위원회)으로 하고, 교육위원회에 대한 조례나 예산통제는 지방의회로 하여금 담당하게 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정치적으로 중립이 강하게 요구되는 경우 헌법은 독임제보다는 합의제기관에 방점을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교육학예의 집행기관을 지금의 교육감 보다는 교육위원회로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교육위원회(7-9명)의 구성원인 교육의원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위원장은 호선하게 한다. 시도의회가 교육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의원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어렵고, 일본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교육위원을 임명하는 방법은 선거로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것을 선호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채택이 어려워 보인다.

교육자치가 시작된 이후 이루어진 교육위원회의 많은 변화는 개선이라기보다는 시련에 가깝다. 어떤 제도가 가장 이상적인가를 쉽게 단정할 수 없으나, 교육위원회가 시도의회의 하나의 상임위원회로서 교육을 심의 의결하는 지금의 ‘지방의회 일치형 교육위원회제도’는 헌법에 명백히 어긋난다.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닌 자주적 교육대의기구의 완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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