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직관(直觀)의 가치
옳지 않거나 근거가 없다고 다 거짓이거나 잘못?... 증명이 돼야만 믿으면 바보

요즘은 주말이면 친구나 친척의 결혼식으로 늘 바쁘다.

아마 결혼 날짜를 잡기 위해 몇 달 전에 벌써 예약을 했을 것이다. 결혼 시즌에 날짜를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힘들기 때문이다. 아는 지인의 경우에는 올 봄에 미리 날짜를 잡아 두기도 했으며, 또 내년 봄에 결혼할 예비신부는 벌써 날짜를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예비 신랑 신부가 결혼날짜를 잡거나 또는 결혼식과 관련해서 피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다. 때로는 미신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여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세간에 전해지는 금기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부모(특히 신부)가 결혼한 달에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
【 결혼 날짜를 잡아두고 친구의 결혼식에는 가지 않는다.】
【 집안에 제사가 있는 달에는 결혼식에 가지 않는다.】
【 조상의 제사가 있는 달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
【 아홉수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
【 결혼 날짜를 잡아두고 상가에 가지 않는다.】
【 상가에 갔다 왔으면 결혼식에 가지 않는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것이니 따라야 할까? 아니면 미신(迷信)이니 그냥 무시해도 좋을까? 이를 어겼다가 나쁘게 되는 경우를 여럿 봤으니 반드시 지켜야 할까? 참으로 애매하다.

56세의 일기로 영원한 잠에 든 애플호의 선장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05년 명문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했다는 축사를 떠올린다.

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호기심과 직관(直觀)'에 따라서 한 일들이 나중에 값으로 매길 수 없는 큰 가치로 나타났다” 그러한 예로서 "대학을 6개월만에 중퇴하고,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는 정규과목이 아닌 호기심과 직관에 이끌렸던 '서체과목'을 배운 것이 10년 이후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었을 때, 아름다운 글자체를 가진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이성과 논리 그리고 과학과 합리성이 세상의 진리라고 믿었던 미국인에게 직관(直觀)의 가치가 세상을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이 때로는 더욱 더 이 세상을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우리 동양(東洋)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의 몸도 오장육부(五臟六腑)이고, 넓은 지구도 오대양(五大洋) 육대주(六大洲)이며, 화려하고 예쁜 색깔도 오색찬란(五色燦爛)이며, 맛있는 음식의 맛도 오미(五味)다. 또 손가락 발가락도 다섯이다. 그리고 이 모두는 모두 보이지는 않지만 강한 에너지인 기(氣)로 서로 통한다.

이 기(氣)가 조화롭게 잘 펼쳐지면 '기분(氣分)'이 좋다. 온화한 분위기가 감돌면 '화기애애(和氣靄靄)'하다. 또 싸움엔 '살기(殺氣)'가 감돌고, 또 억울한 일을 당하면 '기(氣)가 막힌다.' 그리고 더운 여름의 에어컨을 돌리는 것도 '전기(電氣)'다. 이러한 기(氣)에는 좋은 기(氣)가 있고 나쁜 기(氣)가 있는데 좋은 일에는 좋은 기(氣)가 감돌아야 한다.

부모가 결혼을 한 달은, 신선한 기(氣)를 가진 신랑 신부의 우리 부모가 처음으로 만나 가정을 일구고 또 우리가족이 형성되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기분(氣分)좋은 때였다. 이 좋은 기(氣)가 오래도록 지속되어야 가족이 행복하고 자손이 번창하며 부귀하게 된다. 이러한 때를 기리고 축복하는 것이 자녀의 도리인데, 이 좋은 달에 자식의 결혼으로 힘든 준비와 고생을 하게 되면 좋은 기(氣)가 흩어지게 된다. 그래서 오래도록 집안의 좋은 기(氣)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부모가 결혼한 달에는 그 자녀(특히 신부)가 결혼날짜를 잡지 않았던 것이다.

결혼 날짜를 정하고 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혼이란 한 새로운 가정이 탄생하는 일생일대의 순간이며 또 최고로 좋은 기(氣)가 감돌아야 하는데, 타인의 결혼식에 참가하게 되면 이 기(氣)가 나누어지거나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안에 제사(祭祀)가 있는 달에도 삼가게 되는데, 제사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의 음기(陰氣)를 모시는 자리이기에 결혼이라는 신성하고 고귀한 기(氣)가 탁해지는 것을 우려한 까닭에서다.

또 아홉수에 해당하는 19, 29, 39 등의 나이에 큰 일을 하거나, 결혼식 그리고 새 집에 이사를 가는 일을 삼갔는데, 이 아홉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10(20. 30 등)이 되기 바로 전의 나이로서, 한 마디가 되는 10, 20, 30 전에는 큰 장애가 따르기 때문이다. 마치 높은 산에 오를 때 정상 바로 아래는 더욱 가파르기에 힘든 것과 같다고나 할까?

논리적인 것이 합리적인 것이고 또 이성적인 것이 과학적이며 진리(眞理)라면 애플의 아이폰과 오늘의 스마트폰이 어쩌면 탄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 모두는 바로 직관이 이루어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으로부터 세계적인 면역학의 권위를 인정받았던 국립암센터 권병세 박사는 우리 신체의 림프관에 또 다른 관(管)이 있음을 밝혀 냈는데, 이 관은 혈액순환계와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계만이 우리 신체의 순환계라고 믿어왔던 그 동안의 의료과학을 정면으로 부정함과 동시에 동양에서 오랜 세월동안 침과 뜸으로 활용하던 경락(經絡)이 존재함을 밝혀낸 것이다. 그리고 이 제3의 순환계인 '경락(經絡)'을 ‘프리모’라 명명하고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서양의 과학이 동양의 고귀한 이치를 과학으로 증명한 것이다.

나의 결혼을 앞두고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할까 말까를 고민한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선물로 대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혹 아는가? 우리 결혼식에 좋은 기운(氣運)이 감돌아서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세기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한 그런 멋진 자녀가 태어날지? 또 아홉수가 다 나쁘다면 이를 피하는 것도 또 지혜로운 일이다. 나쁘다는 생각이 많아지면 진짜로 나빠지고, 좋다는 생각이 많아지면 또 좋아지는 것이 이 세상의 흐름이지 않은가?(이 부분이 궁금하시면 MBC 기자출신의 김상운씨가 지은 베스트셀러 ‘왓칭’을 보시라)

미신(迷信)이라고 다 미신이 아니다. 우리가 믿는 합리성(合理性)과 과학(科學)이 모래 위의 성과 같다고 일찍이 말한 과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하이젠베르그(Heisenberg, 1901~1976)다. 바로 이 세상을 이루는 작은 알맹이인 입자(粒子, 소립자)는 그 위치와 운동량도 전혀 알 수 없다고 하는 '불확정성의 원리(Uncertainty Principle)'다.

옳지 않거나 근거가 없다고 다 거짓이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증명이 되어야만 믿는 사람들은 바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때로는........... <강현무 (주)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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