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지방분권화 시대에 지방자치는 주민 삶에 갈수록 밀접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과제는 지방정치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물 선정이다. 식견, 성실성, 도덕성이 담보되는 인물이 나서야 하고 유권자는 후보 장단점을 꼼꼼히 살펴 선택해야 한다.

‘명심보감’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호랑이를 그리면서 그 가죽은 그릴 수 있어도 뼈는 그리기 어렵다. 사람을 아는 데 그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그렇다. 유권자는 내 손에 우리 지역의 발전 또는 퇴보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자세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후보들 역시 깨끗한 정책대결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흑색선전으로 지방자치를 진흙탕으로 빠뜨려선 안 된다.

■학위 취득과정 등 명쾌히 해명 마땅

그러나 6·13 투표를 앞둔 민선7기 지방선거 양상은 ‘실망’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과 문재인 대통령 평가, 경제 과제 등 중앙정치 의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지방선거 열기가 묻히고 있다. 냉정하게 따지면 17개 시·도는 몰라도, 226개 시·군·구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생활현장이기에 중앙정치의 논리는 불필요하다.

현실은 아니다. 후보 정당공천제를 채택하고 있기에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됨으로써 생기는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지역토호들의 발호를 막으며, 숨은 인재 발굴 취지가 있는 정당공천제가 지닌 순기능의 실종이다. 2012년 18대 대선, 2014년 민선6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으나 달라진 건 없다. 기득권 정당의 입김을, 국회의원의 편의를 키우는 알토란같은 특권을 내놓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러니 기초자치단체장, 특히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은 물론 각종 행사에 동원되곤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공천권을 쥐고 수족 부리듯 한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 눈치를 살피며 충성을 다하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는 개탄이 나온 지 오래다.

당연히 폐해가 클 수밖에 없다. 단적 사례를 보자. 멀리 갈 것도 없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의왕시를 들여다보자. 요즘 이 지역에선 ‘선거가 축제’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한다. 후보 캠프 간 ‘쟁투(爭鬪)’의 연속이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신창현 국회의원이 같은 당 시장 3선에 나서는 김성제 후보(현 무소속)를 정치적 라이벌로 여기고 공천에서 배제시켰다는 의혹과 주장이 혼재되면서 시작됐다. 물론 김성제 후보의 시장 재임 중 ‘측근 구속’이 빌미를 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참여로써 '혐오스런 자의 지배' 막아야

문제는 민주당이 대안으로 내세운 김상돈 후보가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시의원 재임 중 전문대·4년제 대학 학위 취득과정에 대한 의구심이다. 전남 나주까지 왕복 600km가 넘는 거리를 통학하며 의정활동을 어떻게 병행했느냐는 것이다.

김상돈 후보의 의회 참석 일정과 겹쳐 출석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날짜만도 2005년도 1학기 31회, 2학기 43회, 2006년도 1학기 13회, 2학기 46회로 확인됐다. 동신대학교의 학칙, 학칙시행세칙, 성적평가에 관한 규정을 종합해 보면 대리출석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이 아니면 정상적으로 학교를 졸업 할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대학 부정입학 의혹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는 자식들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시민들의 절망감이 오버 랩 되고 있다. 한심한 건 김상돈 후보의 대응 자세다. 대학 졸업장만 보여준 것이다. 학력·학벌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학위 취득 과정의 비상식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을 회피한 것이다. 유형은 다르더라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자격 시비를 받는 이들은 명쾌한 해명을 해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의 책무다.

또 있다. 신창현 국회의원과 일부 민주당 후보들의 '가벼움'이다. 아니 역사에 대한 둔감함이 이 정도일까 라는 의아심을 품게 한다.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31일 선거운동복 차림으로 현충탑을 함께 찾은 모습은 호국영령의 참된 교훈을 몰각하고 ‘특정 정치 패권’에만 빠져 있는 의식의 단초를 보여줬다는 눈총이다. 여타 정치인들과 비교해보라. 대부분 최소한 선임지도자만은 정장하고 예를 갖췄다. 이틀 후면 현충일이다. 아! 품격 있는 지방자치가 그립다. 믿을 건 민초, 유권자의 힘뿐이다. 민주주의 이론을 성립한 플라톤은 강조했다. “시민이 깨어 참여하지 않으면 가장 저질의 혐오스런 자에게 지배받는다!”라고.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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