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화 현상·양자컴퓨터 해킹 등 불안한 블록체인
의사결정권·지분증명방식 변화 등으로 문제점 보안
정부·업계, 블록체인 패러다임 변화 인지·대비해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탈중앙화와 투명성으로 가상통화의 신뢰와 지속성을 유지해주는 블록체인(Block chain·공공거래장부)이 소유자들 간의 내부 합의 도출 기능이 제공되는 3.0시대를 맞이했다. 이에 블록체인의 진화가 가져올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고 정부·업계 간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 국내 블록체인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6일 발행한 '주간기술동향 1849호-진화하는 가치플랫폼, 블록체인 3.0'을 통해 최근 블록체인이 탈중앙화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용량 제한과 의사결정 부재에 의한 분리 현상, 양자컴퓨터에 의한 해킹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ITP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블록체인 3.0의 등장은 우리가 현재 모바일 인터넷을 쓰듯 일상생활에 적용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학연구소 설립자인 멜라니 스완에 의하면 블록체인 패러다임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블록체인 1.0은 비트코인을 통해 화폐로서 사용·활용되는 단계로 분권화, 탈중앙화, 투명성을 제공하는 시대를 의미하며 금융권에만 활용됐다.

블록체인 2.0은 스마트계약을 통해 금융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도구로 사용되는 단계다. 거래·계약에 있어서 국가나 정부 등 중앙집권적 조직이나 중개기관, 개인 등 제3자의 개입 없이 코딩으로 계약을 제공하고 조건 충족 시 거래가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신뢰를 구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내 자체 의사결정 기능이 부족해 하드포크(Hard Fork)나 블록의 거래(Transaction) 용량제한, 양자컴퓨터로의 해킹 등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드포크는 새로운 버전의 블록체인으로 업데이트 하는 과정을 뜻하는 용어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 용량이 1MB로 제한돼 있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거래규모가 급증하자 처리 지연 및 거래량 증가 요구 등 문제가 발생해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하드포크 방안이 제안됐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블록은 기본의 룰에 따라 만들어지고 새로운 블록은 채굴자와 사용자 모두 코드를 업데이트해야만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은 양자컴퓨터의 해킹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1억 배 이상 성능이 뛰어나 비트코인의 암호체계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있으며 채굴에서 독점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타원곡선암호(Elliptic curve cryptography)가 빠르면 2027년쯤 양자컴퓨터에 의해 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초기에 개인의 컴퓨터를 활용해 채굴을 할 수 있었던 가상통화는 점점 채굴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ASIC(주문형반도체)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게 된다. 이에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채굴을 하게 되면서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탈중앙화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

이 같은 블록체인의 중앙화 경향과 하드포크 이슈, 의사결정 기능의 부재 등을 보안하기 위해 이오스(EOS)와 에이다(ADA), 아이오타(IOTA) 등 3세대 디지털 화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오스는 이전 세대의 문제점인 느린 거래 처리속도를 위임지분증명방식(DPOS)을 통해 개선한 화폐로 블록 생성주기는 0.5초에서 1초로 최종 확인까지 1초 이내에 완료된다. 에이다는 블록체인의 운영기관에 지배되지 않는 민주적 플랫폼인 카르다노(Cardano)의 메인 체인과 사이드 체인을 이용해 하드포크를 방지하며 우로보로스(Ouroboros)라는 지분 증명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아이오타는 IoT(사물인터넷) 분야에 특화된 가상화폐다. 기존 블록체인 기술과 차별화 된 독자적 기술을 사용해 거래수수료를 없애고 거대한 양의 트랜잭션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비트코인의 타원곡선암호 대신 3중 해시 기반의 서명을 사용한 '컬(Curl)'을 통해 양자컴퓨터에 대해 훨씬 저항성을 가지며 안전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지영 한국예탁결제원 차장은 "블록체인 분야에서 구글과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탄생할 것이며 비즈니스 운영 자체가 블록체인 안에서 실행되는 '분산된 자율조직(DAO·Distributed autonomous organization)'이 등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DAO는 CEO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로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회사가 운영된다.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와 계약인이 존재하고 주주들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의견을 모아 핵심목표인 가치 창출을 위해 회사 경영 방향을 함께 결정한다.

박 차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블록체인 기반하에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가 결합되고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지능적으로 스마트 계약을 맺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 또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명암에 대해 어두운 쪽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청년 창첩과 투자 선순환이 될 수 있는 밝은 면을 면밀히 살펴보고 블록체인 기업 육성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 측면에서 블록체인 사용에 장애를 제거하고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현행법규를 탄력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블록체인 변화가 가져올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인지하고 정부·업계간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 대비와 주도권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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