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영화에서 자주 활용돼 유명해진 이 말은 요즘으로 치면 '낚시용 미끼' 또는 '떡밥'정도에 해당한다. 극 초반에 어떤 인물 또는 사물이 부각되면 관객이 거기에 집중하면서 전체적인 전개 흐름을 놓치게 되고 그러는 사이 의외의 사건이 일어나며 반전과 스릴의 묘미를 안기게 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 기간 이동통신3사간의 통신 요금제 경쟁이 치열하다. 주파수 대역 용량에 비해 가입자수가 적어서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LG유플러스가 '데이터 용량·속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는가 싶더니 최근 KT도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요금제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의 판을 달구고 있다. SK텔레콤이 "낙전(落錢)수입을 걷어 내겠다"는 CEO(최고경영자)의 공언에 따라 해외 로밍요금 과금체계를 기존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바꾸는가 싶더니 KT도 비슷한 방식으로 최근 변경했다.

특히 KT의 저가요금제인 'LTE베이직'은 월 3만3천원(선택약정할인시 월 2만4천750원)에 유·무선 음성통화와 문자, 1GB 데이터를 기본 제공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사회 취약계층에게 최소한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도입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 보편요금제(월 2만원에 음성통화 200분·데이터 1GB 기본 제공)와 근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또한 이에 대응한 저가 요금제 개편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보편요금제 압박을 하기 보다는 시장경쟁에 맡기면 소비자편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요금제 개편이 자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절감을 주요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현 정부의 통신기본료 인하 압박에도 사업 수익성 악화를 들며 완강히 저항하던 이통3사의 1년 전 모습을 되새겨 보면 그처럼 됐었을까 의문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5천만명에 이르는 자국의 무보험자를 의료보험체계에 끌어 들이는 의료보험 개혁을 추진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도입을 위해서 노력한 것이 공공보험이다. 공공보험 도입을 통해서 저소득층이 이용할 수 있는 저비용 의보상품을 제공하는 한편 기존 민간보험의 비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5G(5세대 이동통신망) 주파수 할당을 앞두고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다 보편요금제가 맥거핀으로 작용하고 있었기에 지금의 통신비 인하 요금제 경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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