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국제 외교무대에 화려한 등장-.”
하루 앞으로 다가 온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엔 총회에서 연설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엔 연설이 현실화된다면 이 같은 평가가 나올 만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마이클 그린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9월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연설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단순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게 아니라 다른 국가 및 국제사회의 지도자들과 첫 만남을 하는 셈이라는 평가다. 여러 국제정치학자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구테흐스 총장이 9월 총회에 김 위원장을 초청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김 위원장이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까지 찾을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세기의 담판’ 12일 북·미 정상회담

그렇다. 목표는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평화세계 실현에 있다. 목표만큼 과정은 쉽지 않다. 숱한 대화와 타협, 검증을 요한다. 그래서, 12일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세기의 담판'에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냉전 체제의 완전한 종식과 한반도 평화 정착이 걸려 있는 두 정상의 회담 테이블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회담 성패의 관건은 비핵화 방안과 북한의 체제보장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반대급부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평화를 향한 빅 딜’이다.

여하튼 북핵 방치는 자칫 지구 파멸 가능성을 나타내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앞당길 수 있기에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 비핵화의 효율적 방안은 과거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소련 국가들의 핵폐기 방식인 '넌·루거 모델'은 적극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넌·루거 모델'은 샘 넌 전 상원 의원과 리처드 루거 전 상 원 의원이 1991년 구소련 해체 당시 러시아뿐만 아니라 벨라루스·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에 흩어져 있던 핵무기 및 핵시설·핵물 질 등의 폐기를 위해 미국이 기술적·재정적 지원에 나서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명 '넌 루거법'을 발의해 구소련 지역의 핵폐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데서 유래한 비핵화 모델의 한 방식이다. 구소련 지역에서 핵무기의 위협이 제기된 건 인류 평화를 위해 다행스런 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비핵화·체제보장 모두 성과 있길

사실 ‘평화’는 인류의 오랜 고민이자 과제다. 물론 평화는 도래해야 하고 오도록 해야 한다. 방안은 오직 하나다. 상대에 대한 포용력이다. 무력을 삼가고 생명을 보호해야 함은 옛 전략가들과 현명한 위정자들이 채택한 치도(治道)다. 남북은 유·무형의 교류로 믿음을 쌓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전쟁 발발 위험은 실제로 상존해 있고, 전쟁이 나면 생물학·화학 무기와 함께 핵무기가 동원될 수 있는 ‘진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전쟁이 나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북한에 주어진 책임이 무겁고, 시간 또한 많지 않다. 핵은 북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내부 폭발을 촉진시킬 뿐이다. 북한이 그토록 외치는 ‘민족’을 생각한다면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앞당기는 일뿐이다. 북한은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성공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를 여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평화와 고요’라는 뜻을 가진 센토사 섬의 회담 성공을 기원한다.

‘노자’의 말은 시작이 중요함을 뒷받침한다. “아름드리나무도 털끝만 한 씨앗에서 자랐고, 9층 높은 집도 한 줌 흙에서 시작하며, 천리 길도 첫걸음부터 시작한다.(合抱之木生於毫末 九層之臺起於累土 千里之行始於足下)”/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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