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구속영장 청구
'상품권 깡' 현금으로 국회의원 99명 정치 후원 혐의

▲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일명 '상품권 깡'으로 조성한 현금 4억4천1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혐의로 KT 관계자 7명을 입건하고 황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KT가 '상품권깡' 수법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보낸 내역서.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동통신3사가 내년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서 좋은 주파수대역 확보를 위해서 치열한 경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황창규 KT 회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4월 물러난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에 이어 정권교체기마다 민영화된 과거 공기업의 수장이 바뀌는 이른바 'CEO 리스크'가 재연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일명 '상품권 깡'으로 조성한 현금 4억4천1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혐의로 KT 관계자 7명을 입건하고 황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이 KT 현직 CEO(최고경영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17일 황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CEO는 해당 건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날 별다른 대외 일정없이 경기도 성남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진행되고 있는 5G 주파수 경매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2일차로 접어든 이날 경매에서 전국망 대역인 3.5㎓ 대역을 놓고 LG유플러스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였다.

황 회장이 구속될 경우 KT는 황 회장이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5G 투자와 이번달 말로 예정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에 대응한 경영전략 수립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KT 안팎에서는 전임 CEO들이 정권교체 이후 하나같이 검찰 수사를 받다 연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난 CEO 리스크가 재연될지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석채 전임 회장은 연임한 지 1년 8개월 만인 2013년 11월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고 남중수 전 사장도 연임 8개월 만인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며 사임한 바 있다.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 또한 정권교체 이후 최순실 국정 농단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내외에서 퇴진 압박이 거셌다. 지난 4월에는 황 회장처럼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고도 연임에 성공했던 권오준 포스코 전 회장이 사퇴하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렸다.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해온 KT 새 노조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또 다시 CEO의 잘못이 내부 절차가 아닌 외부 사정기관의 개입을 통해 정리되는 이른바 'CEO 리스크'를 자초하고 말았다"며 "황 회장은 즉각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는 이사회는 CEO의 거수기와 다름없고 주주총회는 소액주주 참여의 어려움으로 제왕적 CEO를 통제할 수 없는 지배구조이다"며 "이런 회사 지배구조 개선 없이는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에 줄 댄 인사들이 CEO에 임명됐다가 교체되는 CEO 리스크가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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