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부패는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상시 규범이자 실천 과제다. 청렴도가 한 사회의 선진국 지수라고도 하는 이유이다. 청렴도가 높을수록 공동체 내 법적 질서가 잡혀 있고, 흘린 땀에 비례해서 공정한 결과가 주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청렴도와 거리가 멀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7년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180개국 중 51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CPI는 2009년과 2010년 39위를 기록했으나 2011년에 43위로 내려간 뒤 2015년까지 40위권에 머물렀고 2016년에는 52위(53점)로 대폭 하락했고, 2017년 평가에서 51위로 전년 대비 1단계 상승했을 뿐이다.

부패는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기에 부패 유형 유형도 갖가지다. 중앙정부의 부정부패 감독 및 감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으로 갈수록 심한 게 현실이다. 이런 실정이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 감찰에 민정수석실이 직접 나서라고 지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도 감찰을 요청한 것은 집권 초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민선7기 출범 이후인 하반기 지방 권력 감찰 계획에 대해서도 지방권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해 각별히 주문한 게 눈길을 모은다.

6·13 지방선거 여당 압승의 기운이 채 식기도 전에 청와대가 이처럼 집권세력 오만·독선에 따른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강도 높은 사정을 예고한 것은 역대정부 집권 중반기에 나타난 분열과 타락을 미리 경계하기 위한 취지이기에 긍정 평가된다. 사실 지역 토착비리 근절은 시급하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도덕성과 전문적인 역량을 갖춰야 한다. 당국은 이번 민선7기 당선자 가운데서도 불법·비리 등 하자 있는 이들은 당선취소와 사법처리 등을 빠른 시일 내 결정, 국가청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지방자치는 1991년 7월 지방의회, 1995년 7월 단체장 직선제가 부활한 지 사반세기 동안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부정부패에 젖은 인사들이 적잖다. 더구나 지방의원 하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부정부패와 막가파식 언행, 외유성 해외연수 등이 연상되곤 한다. 이 정도로 낮은 사고 수준으로 어떻게 선진형 자치분권을 추진할 수 있느냐 하는 회의감이 들곤 한다.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해 인사와 재정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완벽한 지방분권이 이뤄지는 게 시대 흐름이다. 한데 지방자치를 책임지는 지도자들의 자질이 이런 정도라면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하고 힘을 실어줘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툭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불거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막장 수준의 감투싸움은 기본이고, 잿밥에 눈이 멀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방의원들도 부지기수다.

선진국은 경제수준 못잖게 윤리지수가 높아야 한다. 필요충분조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구체적 실행 도구를 도입하길 바란다. 민관협력 반부패 거버넌스 확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공공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제도정비 및 점검 강화, 청탁금지법 등 강화된 청렴기준 정착, 공공분야 '갑질' 근절,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리체계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부정부패 없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 염원을 담는 청사진을 국가혁신의 시금석으로 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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