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 환경과 동북아 정세가 격동하고 있다. 남북 및 북·미 대화의 원활한 추진은 바람직하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가디언(UFG)과 한국군 단독 지휘소훈련(CPX)인 '태극연습' 등이 연기되면서 대북 안보 전력 약화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석 달 사이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북·중 관계가 ‘혈맹’으로 불릴 정도로 돈독하던 김일성 시대나 아홉 차례 중국을 찾은 김정일 시대에도 없던 일이다. 김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은 국제사회를 향해 보란 듯 “북·중 친선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1주일 만에 이뤄진 북·중 정상의 만남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의 방중은 시 주석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후속 협상을 앞두고 중국과 협력 방안을 조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조만간 3차 방북, 북의 비핵화 후속 협상을 벌일 예정인 만큼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긴 하다.

김 위원장의 또 다른 ‘노림수’는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한 중국의 경제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체제 안전 보장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끌어냈지만 경제 제재 완화는 약속받지 못한 것이다. 한반도 긴장 완화로 정치·외교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몸값이 높아진 김정은으로선 최근 미·중 통상전쟁에서 보듯 미국과 중국이 견제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속셈을 보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미 군 당국이 UFG 연습의 잠정 중단을 19일 공식 발표, 한국의 방위력 약화나 한·미동맹 관계 조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다음 주로 예정됐던 '태극연습'도 남북 및 북·미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연기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합동참모본부가 주도하고 군단급 이상 작전부대가 참여하는 정례적인 지휘소훈련에 불과한 태극연습마저 연기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작지 않음을 당국은 새겨들어야겠다.

북의 전략에 따라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장기화 될 경우 모든 한·미 연합훈련의 전면 중단 가능성도 농후해 자칫 우리 군의 안보 역량만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을 귀 담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계속 안보에 대해 신경 쓰고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위험에 빠지고 안보 상황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겠는가.

물론 청와대 발표처럼 북·중 3차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에 한 발 더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빈틈없이 긴밀하게 협조해 나나길 기대한다. 한반도 안보상황 급변이라는 다양한 도전 앞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되 준비된 상태에서 여러 상황을 맞아야만 불행을 극복할 수 있다는 동서고금 역사의 교훈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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