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청된다. 열악한 처우에 힘든 삶을 영위하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지를 고려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은 당위다. 급격한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해야만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7천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됐다. 2010년 이후 인상률이 8.1%를 넘어선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수준이다. 이러하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최저임금을 올릴수록 고용감소가 더 커진다고 이미 진단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궤를 같이하면서 경고하고 나섰다. OECD는 '2018년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선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면 2017년 대비 누적 상승률은 54%에 이르고, 이는 OECD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서 한국의 국제 경쟁력을 심대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인건비 상승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고, 나아가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하기 전 2018년 16.4% 인상의 효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게 최선이라는 OECD 권유를 가볍게 듣지 않길 바란다. 이른바 속도 조절론이다.

아닌 게 아니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 증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 정부 약속처럼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로 인상할 경우 올해 최대 8만4천명, 내년에 최대 9만6천명, 내후년에 최대 14만4천명의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설상가상 저임금 노동자에서 대기업 노조로 높은 임금 인상 요구도 이어질 수 있다. 고임 대기업 근로자들이 임단협에서 요즘 같은 상황에서 두 자릿수 인상 요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고율 인상을 하려 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의 ‘고언(苦言)’을 귀담아 듣길 바란다. 하반기엔 최저임금의 급격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인식에 공감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오히려 흔들리고 있는 게 뒷받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전년 동월보다 7만2천명에 그쳐 8년4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을 위축시킨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소득을 인상시켜 성장률을 끌어 올린다는 경제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세상공인, 중소·중견기업, 대기업집단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고용이 늘고 소득이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 주안점을 두길 기대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의 역효과’는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적어도 소득 주도 성장정책의 속도 조절을 하되 혁신성장 정책은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 경제성장이 선행돼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주도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패러다임 변화다. 정부·기업·가계가 어려운 한국경제의 활로 모색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겠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