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같은 직종에 같은 팀에 심지어 입사도 제가 몇 개월 빠른데 저보다 먼저 대리로 승진한 남자 동료가 있어요. 아무리 스스로를 돌아봐도 최근 결혼 준비 때문에 회식 몇 번 빠진 것 말곤 이유가 없네요. 결혼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회식 빠진게 문제일까요. 둘 다 원인이겠죠?"

지원한 기업에 모두 붙어 골라 들어간 것으로 유명한 나의 후배는 결국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력 지원하기엔 2년이라는 직장생활은 짧은 듯하고 신입으로 들어가기엔 긴 취업준비 생활로 이미 나이가 적지 않다. 다른 직장으로 옮긴다는 것은 아무리 똑똑한 그녀라도 선뜻 선택할 수 없는 모험이었다. 암만 서운하고 미워도 육아휴직 후 돌아갈 수 있는 기존 직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마지막 말로 대화가 끝났다. 페미니즘이 사회를 휩쓸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 내 성차별은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녀임금격차를 의미하는 '페이갭(Pay Gap)'. 우리나라의 페이갭 비율은 16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구기구) 국가 중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임금수준이 남성의 63.8%다. 남자가 한 달에 100만원을 벌 때 여자는 64만원을 버는 셈이다. 연봉단위로 계산하면 차이가 크다.

페이갭의 원인은 여성의 경력단절, 짧은 근속기간과 낮은 승진 비율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이 휴직이나 직장을 그만두는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임신과 출산, 육아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영역에 남성보다는 여성이 특화돼 있다는 사실은 차별과 평등 문제를 떠나 누구라도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여성은 출산·육아로 인해 직장을 쉬면서 업무와 거리가 멀어지고 승진 기회와는 먼발치 떨어진 상태로 직장에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페이갭의 원인은 여성의 역할이 가정에 집중돼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193개를 대상으로 '페이갭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남녀임금격차가 존재하는 이유로 '직무가 달라서(47.8%·복수응답)', '기본적인 임금세팅이 남녀 구분이 돼 있어서(19.6%)', '업무 능력에 차이가 있어서(15.2%)', '고위직급의 남성 비율이 높아서(13%)', '채용 포지션과 조건이 처음부터 달라서(8.7%)' 등의 답변이 나왔다.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주 원인인 승진에 대해서는 '남성직원의 승진이 더 빠르고 많다'는 기업은 24.4%인 반면, '여성직원의 승진이 더 빠르고 많은' 경우는 1.6%에 불과했다.

이는 흔히 '유리천장'이라고 불리는 성별 간 불평등 요소가 직장 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처음부터 저강도·저임금의 업무에는 여성위주로 뽑고 고강고·고임금의 업무에는 남성만을 뽑는 고용형태도 문제가 있다.

여자와 남자는 물리적인 차이로 분명히 더 맞는 역할이 나눠져 있다. 그 것은 남성이 할 수 없는 일을 여성이 해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직장 내 차별은 '남성도 할 줄은 알지만 성취가 적어 하기 애매한 업무'를 여성이 맡는 경우 때문에 발생한다. 이는 치열한 취업문턱을 넘어 입사한 인재를 방치해두는 문제로 이어진다. 결국 회사의 손해다.

임금 격차와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여성직원의 육아휴직 후 복귀 및 장기근속률을 높이고 경력단절도 막을 수 있다. 성별을 떠나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업무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역량과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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