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 간 만남엔 이념도 정치도 개입할 수 없는 인도주의만이 작용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이 적십자회담을 통해 오는 8월 20~26일에 금강산 면회소에서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한 것은 긍정 평가하면서도 아쉬움이 작지 않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된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건 만시지탄이다. 다만 이번에도 남북 각각 100명으로 일회성 상봉에만 합의했다. 애가 타는 이산가족들에게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에만 3천795명이 상봉 신청을 해놓고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한적)가 공동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달까지 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1천447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7만여명은 이미 사망했고, 5만6천890명만 여전히 상봉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생존자 중 63.2%(3만 5960명)가 80세 이상 고령자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봉 규모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를 감안하는 조처가 시급하다. 종전처럼 남북 각각 100명 정도씩 상봉해선 고령의 이산가족이 모두 가족을 만나기란 불가능하다. 제2·제3 면회소 건립을 추진하는 등 빠른 시일 내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모든 지원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화상 상봉을 재개하고 고향 방문 등을 통해 당장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극소수 인원이 특정 이벤트 식으로 만나는 일과성 행사로는 이산가족의 피 맺힌 응어리를 풀어줄 수 없음을 남북 당국 모두 직시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체육 및 학술교류, 경제협력, 군축을 비롯한 군사부문 등 여타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념과 사상, 체제를 뛰어넘어 접근해야 한다. 통한의 생이별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이산가족이 고향을 자유 왕래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돕는 일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소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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