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자문본부 애널리틱스(Analytics)팀 리더

지난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본격적으로 선거가 시작되면서 방송과 신문, 인터넷 미디어마다 앞다퉈 여론조사를 공표했다. 선거일의 6일 전까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으니 수개월 전부터 진행돼 온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민심의 향배를 읽는데 그만한 도구도 없을 것이다.

특히 민감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각 정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지지율이 요동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변화는 부동층으로 분류되는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민심의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여론조사는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들이나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에게나 공히 중요한 도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는 과연 왜 하는 것일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 민심·사회 흐름 보여주는 여론조사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6시가 되자마자 각 방송사는 출구조사 결과를 동시에 발표했다. 단순히 출구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그 간의 여론조사 결과, 이슈, 인물 적합도, 정당 지지율 등 다양한 변수를 활용해 당선 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청자들에게 누가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을 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어오긴 했지만 이번 개표방송에서 발표한 예측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즉, 밤새워 개표방송을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예측을 넘어 확신을 보여줬다.

표본오차를 벗어날 만큼 여론조사 결과 상의 격차가 컸던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번 선거의 예측 결과의 정확성은 인정할 만하다.

후보들 간의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은 민심의 흐름과 사회의 변화를 읽는 중요한 도구로서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음은 틀림없다.

예측 결과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와 현장 출구조사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 저명한 학자나 정치 평론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주관적 판단에 근거한 예상이 아니라 표본 조사에 따른 과학적 통계 분석에 의한 예측이다. 데이터가 모여 정보가 되고, 의미 있는 통찰력을 도출해낼 때 데이터의 합은 객관적 근거로서 각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보정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듯 민심을 읽는 도구로서 데이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반면, 정치인들은 과연 얼마나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으나 정작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 분석 통해 ‘적재적소’ 비전 제시해야

소셜 미디어상에서 회자되는 횟수나 관심도, 데이터의 분석적인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의 당선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 후부터 미국에서는 각종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정치 활동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정치는 여전히 관계 중심, 조직 중심, 문서 중심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명확한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의 흐름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민심을 읽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치며, 객관적인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한 국회의원을 보게 된다면 신선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당하게 유권자들의 정보를 얻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다양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알맞은 대상에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스마트한 정치인이 나타나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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