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공정성·합법성이 생명이다. 사법정의 구현의 기본이다. 선입견이나 정치적 편향성 등이 개입되거나 영향을 받는 재판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일당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월 말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석방을 거듭 요청했다. 신 회장 측 주장이 아니더라도 재판 공정성 제고 차원에서 하루 속히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신동빈 회장 구속 이유는 2016년 3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취득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하고,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70억원을 건넸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던 신 회장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기업인들이 다 비슷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신동빈 회장은 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70억을 선고받았고,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법정구속됐다.

신 회장은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진행 중이다. 항소의 주된 이유는 양형 부당을 들고 있다. 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출연금 204억원 전액을 뇌물로 간주했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의 성격을 “최고 권력자(박근혜)와 측근(최순실)이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해 사익을 추구한 행위”로 규정했다. 삼성을 사실상 피해자로 본 것이다.

이런 과정과 판례는 롯데와도 크게 유리되지 않는다고 본다.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낸 70억원이 삼성 재판의 경우와 마찬가지 논리로 ‘강압에 의한 출연금’으로 규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판결)하면서 그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명시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특정기업 총수에 대한 법리 해석의 유·불리를 떠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보석을 허락하는 게 법의 공정성·기회균등 담보 측면에서 마땅하다고 본다. 롯데는 이달 29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이번 정기 주총에 신동빈 회장과 신동빈 회장 지지세력인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 자신의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해 놓은 상태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이다. 노조원들이 주주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 등의 선택 향방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이 어디로 정해질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영어(囹圄)의 몸인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들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이란 법 정신에 합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재계 5위 그룹 총수가 검찰이 우려하는 것처럼 도주하거나 증거인멸 할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바다 건너 구치소에서 자신의 해임안이 논의되는 것을 보도록 해선 안 된다고 하겠다. 29일 이전 석방돼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 논리를 펴고,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임하도록 하는 게 순리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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