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택부동산팀 장진구 기자

지난 20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건물 7층 국정감사장. 민간영역에서 활동하다 공공부문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회의원들 앞에 나선 이지송 사장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상했던 대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와 매서운 질타가 쏟아졌다. 통합공사의 부채, 방만한 경영, 혁신도시 이전, 보금자리주택의 효율성, 공사 내부의 통합 등등.

통합에 따른 재무건전성 확보 방안 등을 모두 적용해도 통합공사의 부채는 160조2900억원, 부채비율은 254.5%에 달하고 2014년에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만도 5조5481억원 이를 것이란 얘기와 땅과 아파트로 장사해 얻은 수익금을 직원들 배불리기에 사용했다는 얘기, 청사를 진주나 전주 등 혁신도시로 옮길거냐 말거냐, 언제 결정하거냐는 얘기, 보금자리주택이 비싸 정작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 판이하게 다른 조직문화를 가진 양 공사 직원들과 노조를 어떻게 화합시킬 것이냐는 얘기 등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처럼 이 사장의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사장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재무 건전성 확보와 부실경영 탈피, 조직슬림화와 완전한 조직 통합이다.

혁신도시 이전 결정 문제는 국회와 청와대 등 정치권에서 풀어야 하는 만큼 이 사장이 직접 해결해야 할 성격의 것은 아니다. 보금자리주택과 관련된 논란도 주무 부처의 정책수립이 관건이지 산하기관의 장이 나서야 할 문제도 아니다.

결국 이 사장의 책무는 거대 공조직의 생산성을 높여 효율적으로 이끄는 오너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해내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100조 이상의 부채를 줄이고 조직슬림화를 위해 불가피한 구조조정, 이명박 대통령도 언급한 조직 내의 화학적 통합 등의 난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가령 가장 민감한 문제로 꼽히는 구조조정의 경우에도 얽히고설킨 수많은 이해관계를 떠나 조직원의 신뢰가 우선돼야 가능하다.

이 사장에게는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방통행으로 실적주의에 매몰되면 조직적 반발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과 맞물려 그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계획들마저 ‘도로아미타불’이 돼 통합공사 출범 본래의 취지도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

당장의 성과보다 업무추진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조직적 합의와 믿음도 절실하다. 그래야 가족끼리 똘똘 뭉쳐 빚도 갚아 나갈 수 있다.

이 사장은 올해 말까지 사업현장 600여 곳을 일일이 돌아볼 계획이라고 한다. 대면접촉을 통해 모든 걸 자신의 눈으로 직접 파악하고 조직원간의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민간경험을 공공에 접목시켜 통합공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이 사장의 행보에 조직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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