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간 현안들이 속속 합의되고 있다. 향후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없지 않지만,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해결 안 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이 있기에 그렇다. 70여 년 간 사상과 체제는 다르지만 ‘한민족 웅비’라는 목표 공유가 바탕에 배어 있다.

도로·철도 협력 등 최근 잇따른 남북 간 합의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속도와 사안의 무게감이라면 남북통일이 결코 머나먼 상상 속에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6월 말 남북 철도협력 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데 이어 남북이 개성~평양 경의선 도로와 고성~원산 동해선 도로를 현대화하고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철도 이어 도로 연결 합의 성과

한 번 상상해보자.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베이징, 몽골, 모스크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라인강 하구까지 사람과 물자를 나르는 그 모습을! ‘신세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한반도 종단철도(TKR) 운행은 신뢰와 상호이익의 상징어인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얘기가 결코 아니다.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 현대화도 그 이상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 정부는 이달 4∼5일 열리는 남북통일농구경기를 위해 방북하는 정부대표단과 선수단 등 총 100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다고 한다. 방북 남녀 농구단의 감독은 허재·이문규 씨가 맡는다. 둘은 현재 남녀 농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이번 농구 경기는 이틀 뒤인 4일 혼합경기, 5일 친선경기를 남녀 선수별로 개최해 모두 4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남북 당국은 지난 18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에서 7월 4일 즈음 평양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남북통일농구경기는 비정치적·비군사적인 체육교류협력을 통한 상호 신뢰를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 평가된다.

과제가 적잖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은 군사 분야를 필두로 문화·예술·체육·경협 분야에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한 대화와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정치권도 지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통일 문제에 관한한 초당적인 협조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빌리 브란트 사민당이 1969년 뿌린 동방정책의 씨앗이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이룩할 당시엔 헬무트 콜 기민당인 독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 크다. 진보와 보수 구분 없이 ‘안보 장사’ 하지 않고 민족적 대의에 충실했던 보답인 셈이다.

여하튼 정치지도자든 사업가든 인간은 만남을 통해 성숙해 간다. 만남은 진실한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관심과 진정성이 요청된다. ‘대학’ 정심장(正心章)에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라고 한 바가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대화가 발전하려면 상대에게만 요구해선 안 된다. 자신이 먼저 실행하는 미덕이 있어야 한다. 남북한, 북·미가 함께 한반도와 세계평화 실현에 기여하는 길이다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개혁을

마침 남북통일농구경기가 열리는 4일은 ‘7·4 남북공동성명’ 46주년이다. 평화통일에의 희망을 한껏 부풀게 했던 기억이 새롭다. 1972년 7월 4일 남북한 당국이 국토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해 합의 발표한 역사적인 공동성명이다. 이 성명은 통일 원칙으로 외세 배격,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 사상과 이념 및 제도 차이를 초월해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 도모해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을 공식 천명했다.

비록 ‘남북 각자 체제 유지용’으로 악용됐다는 부정적 평가가 작지 않지만, 이런 일련의 남북 만남이 쌓여 이젠 끊어진 민족 혈맥들이 이어지고 있다. ‘긴 휴전 상태’는 민족 역량의 소모를 초래하기에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서일까. '손자병법'은 “병법에서 졸렬하게 싸우더라도 속히 끝맺는 게 좋다는 말은 들었어도, 교묘하게 싸우면서 오래 끄는 게 좋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무릇 전쟁을 오래 하는데도 나라에 이로웠던 예는 없다.(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고 예견했나 보다.

답은 명료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행동하면 피폐해진 북 경제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터이다. 국제사회도 식량 지원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시대의 큰 조류인 개방화 개혁을 통해 세계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것이다.

'노자'의 충언을 되새겼으면 한다. “대저 다투지 않기 때문에 천하에 그와 더불어 다툴 수 있는 사람이 없다.(夫唯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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