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일본 신주쿠 본사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직을 지키며 경영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신 회장 해임안과 본인의 이사직 선임을 동시에 제안하며 경영권 탈환을 노렸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또 한 번 패배의 쓴맛을 봤다.

경영권 분쟁 이후 이번 주총 까지 총 5번의 표결 중 5번 보두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준법 경영을 중요시하는 일본 기업 특성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롯데는 이번 결과로 일본 주주들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해임안건이 상정돼 있음에 따라 신 회장은 주총 참여를 위해 재판부에 보석을 거듭 호소했다. 한일 양국에서 운영되는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 전 부회장과 대등한 기회 부여와 설명의 여지를 달라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재판부는 도주 우려와 법과 경영권의 분리를 주장하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주총이 열리기 하루 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한 고위임원진으로 꾸려진 롯데비상경영휘원회 대표단은 부랴부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일본롯데 경영진들에게 한국에서의 상황을 설명하고, 총회 의장이 신 회장의 입장을 담은 서신을 대독했다.

결국 신 회장이 부재중임에도 경영권 탈환에 실패한 신 전 부회장은 앞으로도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형제의 난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이번 주총을 통해 일본 주주들의 신 회장에 대한 두터운 신뢰만 확인하게 된 셈이다.

신 회장 해임 부결은 그동안 그가 보여준 높은 실적과 경영능력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신 회장은 지난 2004년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하며 롯데를 재계 5위로 올려놓았고, 지난 2015년 한일 롯데 총수 자리에 오르며 통합경영 시스템으로 양국에 적절한 투자를 진행해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재판부의 보석 기각과 관련해 사실상 기업 총수의 도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불구속 상태에서도 재판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이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면 이후 돌아오는 한국 롯데계열사의 영향력 악화 등 경제적 타격은 더욱 감당하기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아직 2심 재판이 남아있지만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계기로 롯데가 사드 리스크 등의 대내외 악재를 이겨내고 선전하는 것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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