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팀 구성헌 기자

최근 건설업계가 정부기관들의 엇갈린 행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검찰이 건설사들의 턴키비리 및 입찰관련 비리 수사로 칼날을 겨눈데 이어 공정위거래위원회가 이번주 들어 4대강 턴키담합 의혹 조사를 핑계로 15개 주요 건설사를 상대로 강도높은 조사를 19일과 20일 이틀간에 걸쳐 벌였다.

이는 시민단체인 경실련까지 나서 '턴키에 담합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건설사들의 조사를 의뢰한 것과 이번 국정감사에서 4대강으로 인해 건설사들만 수혜를 입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진데 따른 공정위의 적극적 리액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공정위와 다른 행보를 보여 건설사들을 헷갈리게 했다.

공정위 조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20일 정종환 장관은  4대강·경인운하사업 시공을 맡은 13개 건설사 CEO들을 직접 청사로 불러 노고를 치하하며 성실시공을 당부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19일에는 국토부 4대강사업추진본부에서 10개 대형 건설사 홍보팀장을 소집해 민간차원에서 4대강 사업의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사정기관인 공정위가 건설사를 압박 조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토부 장관이 '수고가 많다' '잘해 보자'며 다독이는 상황이니,  건설사들로서는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며 어안이 벙벙한 눈치다.

건설사들은 이르면 이번달내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첫 삽을 뜨게 된다. 짧은 시공기간에 삭감된 예산으로 수익을 내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손해를 줄일 수 있을까에 고심이 크지만 이왕 시작하는 데 실수란 있어서는 안되니l 긴장감은 크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기관들이 수사를 해 국민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상황이니, 건설사들은 힘이 쭉 빠질 수 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무부처에서는 대표들을 불러 노고를 치하한 반면 다른 기관들은 대대적인 조사를 하며 건설사들의 인식을 나쁘게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부담이 건설사들로서는 적잖은데 엇갈린 행보로 건설사들의 힘을 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중요한 국책사업을 앞두고 한쪽에서는 떡 주고 한 쪽에서는 뺨때리는 엇갈리는 행보를 통해 과연 정부가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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