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홍정민 기자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최근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편에서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다. 단순하게 아시아나와 공급업체 사이의 문제로 알고 있었던 이 사건은 기내식 공급 협력업체의 사장이 자살을 하면서 논란이 급격히 커졌다.

기내식 대란의 시작은 이랬다. 지난 1일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 국제선 여객기 약 80편 중 36편이 기내식 없이 비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부분이 단거리 노선이었지만 11시간 비행해야 하는 일부 장거리 노선에도 기내식이 실리지 않았다. 기내식이 마련된 국제선도 제 때 공급되지 않아 운항이 줄줄이 지연됐다.

대란은 1일 자정부터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 업체가 교체되며 시작됐다. 지난 2003년부터 기존 기내식 공급 업체 ‘LSG 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와 지난달 30일자로 계약이 만료되며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신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 3월 GGK 공장에 불이 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아시아나는 임시방편으로 저비용항공사 등에 기내식을 제공하던 소규모 업체 ‘샤프도앤코’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아시아나 기내식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샤프도앤코는 하루에 3천식 정도의 기내식을 생산하는 업체로 성수기의 경우 하루 3만식에 이르는 아시아나의 기내식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GGK를 제외하면 기존 공급 업체인 LSG 정도다. 아시아나도 샤프도앤코와 계약 전 LSG와 3개월 단기 공급 계약을 추진했으나 계약 과정에서 무산됐다. 아시아나가 GGK를 통해 계약하는 것을 끝까지 고집하자 LSG에서 거절한 것.

아시아나가 샤프도앤코와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진행했으나 샤프도앤코의 협력사들도 아시아나가 원하는 물량을 맞추기 힘든 상태에서 지난 2일 샤프도앤코 협력업체 화인CS 대표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화인CS 직원 A씨는 인터뷰에서 “사장님은 28시간보다 더 길게 근무를 했고 대부분 직원들이 새벽 2~3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비행기에서는 계속 물건을 달라고 요청을 하는데 우리는 줄 수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과연 아시아나는 이러한 대란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김수천 아시아나 사장은 지난 3일에 이어 4일에도 기내식 미탑재 상태는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해결할 것이며 회사에 가능한 인력과 자원을 모두 투입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GGK 공장에 화재가 난 뒤 4개월의 시간동안 대책을 마련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업계 측은 “기존 계약 그대로 LSG와 3개월 계약을 연장했어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희생되는 건 승객과 승무원이다. 승객들은 식사를 할 수 없고 승무원은 이런 승객들에게 최전선에서 욕을 먹으며 승객들에게 끊임없이 사과를 하고 있다. 경영진이 저지른 일로 언제까지 밑에 있는 직원들만 희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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