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길 속에 길이 있다 <14>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천당과 지옥에 사는 사람들이 합의하여 천당과 지옥을 연결하는 교량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천당과 지옥이 각각 절반씩 공사를 맡기로 했는데 지옥 측 공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무리 된 반면, 나머지 절반인 천당 측 공사는 착수조차 못하고 있었다. 왜 이런일이 생겼을까? 천당이 너무 좋은 나머지 사람들이 즐기느라 정신이 팔려서? 아니면 지옥 사람들이 세상에서 잘못 산 걸 반성한느 의미에서 열심히 일만 해서? 결론은 '딩동댕'이 아니라 둘 다 '땡'이다. 정확한 이유인즉, 천당에는 건설기술자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야기. 유럽의 어느 나라 건설부 장관이 아프리카 국가의 건설부 장관을 자기 집으로 초청해서 파티를 열었다. 집이 매우 크고 으리으리한 데 감탄한 아프리카 국가의 장관이 부러워하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훌륭한 저택을 가질 수 있느냐?" 고. 그러자 유럽의 장관이 손가락으로 멀리 보이는 고속도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바로 저 고속도로 때문이죠."

그로부터 몇 년 후, 이번에는 유럽의 장관이 아프리카 장관의 집에 초대되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그 집은 자기 집보다도 훨씬 더 웅장하고 고급스러웠다. 유럽의 장관이 궁금함을 참지 못해 물었다. "이렇게 훌륭한 새 저택을 마련한 비결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아프리카의 장관은 손가락으로 저 먼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 " 바로 저기 있어야 할 고속도로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유럽의 장관은 고속도로 공사과정에서 뇌물을 받았지만, 아프리카 장관은 건설비를 아예 통째로 삼켰으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도로건설과 관련하여 정치권의 이권 개입이 있었다는 풍자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아직도 도로건설과 관련된 정치자금을 둘러싼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주위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도로공단'을 민영화 하기로하면서 표면적으로 내건이유는 만성적자를 해소하고, 경영을 합리화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지만 속에 감추고 있는 진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건설사업비의 비정상적인 정치자금화를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만큼 공단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비해 한국도로공사는 건전하고 경쟁력있는 기관이다. 1970년대 고속도로 건설 초창기에는 고속도로를 포함한 모든 건설공사의 사업비가 일부 정치자금화되었다는 루머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에는 이런 루머가 사라졌고 입찰 시스템도 매우 투명하게 바뀌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관련해서도 1980년대까지는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모든 휴게소의 사업자를 공개입찰로 선정함으로써 문제의 소지와 불신의 불씨를 잠재웠다. 행담도 사건도 경영자가 경영 수익을 남기기 위해 과욕을 부려 불평등한 계약을 했다는 의혹만 있을 뿐, 적어도 금전수수 등 위법한 행위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건설분야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기술집단이다. 직원들의 긍지 또한 대단한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실력 있는 신입사원들을 뽑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외국과 끊임없이 기술을 교류해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국제도로연맹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한국에서 총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제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의 보직 경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본사 근무와 현장 근무를 적절히 안배함으로써 기획능력과 실전 해결능력을 모두 갖추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도로교통기술연구원에 수십 명의 박사 등 고급인력을 유치하여 연구개발과 IT분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꿈은 높게 갖되, 실천은 항상 가까이에 있는 구체적인 것부터 관심을 가지라는 말이 있다. 이에 관한 한국도로공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생활의 불편한 문제를  꼽으라면 반드시 이야기 됐던 게 바로 화장실이다. 지저분해서 도저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단느 불만들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최근엔 화장실 문화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이런 화장실 문화 개선의 효시는 한국도로공사 휴게소였다. 1998년부터 1999년에 걸쳐 도로공사는 이 분야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안방보다 깨끗한 휴게소 화장실을 선보이게 됐다. 그후 다른 곳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했고, 나아가 외국에서도 '화장실 문화를 바꾸어나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방문단이 찾아왔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목표를 더 높고, 더 먼곳에 두고 있다면 한국도로공사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경쟁력을 더욱더 갖추기 위해서는 안전도로, 환경도로, 고품격도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하며 특히 재해예방 및 관리 등에 대한 비상대처 능력을 한층 보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5년 11월, 달성터널 안의 미사일 수송트럭 화재사건은 비상대책시스템을 원활하게 작동하여 인명피해 없이 사건을 수습한 매우 다행스런 사례였다. 지난 2004년 3월 폭설 때 허둥지둥 하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를 계기로 이 분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쌓아 가야 할 것이다.

 

글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