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이달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지난 2월 말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해 기존 68시간이었던 주당 근로시간을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2004년 주 5일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이 같은 근로개정법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지만 업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이 타이트해졌다는 단점도 따른다. 말만 퇴근이지 결국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그려진다. 특히 추가근무 및 야근이 사라져 급여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당장 내년 7월부터는 방송, 금융, 항공 등 특례업종 21개에도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된다. 근무시간을 종잡기 어려운 분야라 노사간 대립 등 혼란이 예견된다. 그러나 이번 근로기준법은 사업자와 근로자가 합의해도 절대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다. 이를 어길 시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예측되는 각종 부작용에 대비해 근로 시간 위반 기업에 대한 6개월 처벌 유예를 급히 결정했지만 사실상 이를 해결방안으로 보긴 어렵다. 지난 2월 개정안 통과 후 4개월 만에 시행된 법안인 만큼 사전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만 탄로 났다.

이번 근로개정법을 통해 14년 전 주 5일근무제가 도입됐던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은 당연한 듯 주말을 보장받게 됐지만 그 당시 만해도 토요일에 쉰다는 개념을 '놀토(노는 토요일)'라는 말을 붙여 특별하게 여겼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나 '놀토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에 중독된 '과로 사회'였음을 시사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이 같은 과로 사회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투잡 사회', '불법 노동 사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포함한 시행 초기에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업계 특성을 고려한 유연하고 명확한 분야별 근로시간을 제시해야한다. 이번 근로개정법을 통해 먼 훗날 "한 때 '야근'이라는 것이 있었지"하고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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