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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의 세상만사] 난민 지구촌의 공통과제
   
[일간투데이 일간투데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難民) 반대 집회가 열렸다. '무사증(無査證) 악용하는 가짜 난민 특혜 반대' '국민이 먼저다' 같은 손팻말을 든 참석자 1000명은 "인종차별이 아니다. 안전을 원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난민 반대'에 반대하는 시위도 바로 옆에서 맞불 놓듯 열렸다.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가짜 난민은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제주도 예멘인의 집단 난민 신청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서울까지 옮아 붙은 것이다.

난민 찬반 집회 양쪽 모두 20~30대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집회를 이끌었다. 난민 반대 집회 주최자는 "우린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인종 혐오자는 더더욱 아니다"고 했다. 마스크를 쓴 젊은 여성들이 반대 집회에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같다.

난민은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 얘기로 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국내 체류 난민이 3만5000명을 넘었다는 보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탈북자 3만1500명을 넘는 규모다. 평창올림픽 때 무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중 1만1635명이 불법 체류 중이라는 보도는 난민 문제를 낭만적으로 접근할 때가 지났다는 경고 같다. 난민이라며 들어온 사람 중에서도 일자리가 목적인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난민 브로커까지 활개친다고 하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 맞불 놓듯 나란히 열린 찬반 집회

유럽은 내전과 폭정에 시달리는 중동·아프리카 난민이 몰려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던 독일 메르켈 총리도 급증하는 난민 때문에 연정(聯政)까지 위협받을 만큼 압박을 받았다. 지난 주말 독일은 EU 회원국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이 독일에 다시 난민 신청을 하면 이들을 첫 망명 신청국으로 송환하기로 유럽 14개 회원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질적인 이슬람 문화와 난민 범죄는 '정치 난민'에 우호적이던 유럽 사회 분위기까지 바꿔놓았다.

UN은 인종, 종교, 민족, 신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한다. 그 기준으로 보면 일제 치하 만주와 간도를 떠돌았던 선조들도 '난민'에 해당한다. 탈북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걸 생각하면 난민을 무조건 배척하는 건 곤란하다. 하지만 '진짜 난민'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허술한 난민 절차는 바로잡아야 한다. 난민 신청만 하면 최장 5년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한 난민 제도는 브로커들의 먹잇감밖에 될 수 없다.

올해 들어 552명의 예멘인이 난민신청을 했다. 이 중 527명이 제주도를 통한 무사증(無査證) 입국자다. 대부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말레이시아에 머물다 지난해 말 저가항공 직항 노선이 생기자 급증했다고 한다. 정부가 예멘인의 무비자 입국을 불허한 뒤로 제주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입국한 예멘인은 한 명도 없다. 결국 정부의 예멘 난민 대책이란 게 이미 입국한 수백명에게만 적용될 뿐 근본적인 난민보호대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 인종·종교 떠나 온정 베풀어야

한국을 찾아 난민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는 데 매우 인색하다. 한국은 1992년 유엔난민지위협약에 가입했고,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2013년 난민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정작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일은 소홀하기 짝이 없다. 국제사회의 난민 인정 비율이 37%(2016년)일 때 한국은 고작 2%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내 난민정책은 방어적이고 소극적이었다. 예멘 난민에 대한 반감이 확산된 것도 불필요한 경계심을 조장하거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당국의 잘못이 크다.

난민 문제는 이제 지구촌 공통의 과제가 됐다. 순수한 난민들에게 인종과 종교를 떠나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도 불과 수십년 전 나라를 잃고 난민으로 떠돌아다녔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주민과 난민들에 대해 “환대하고 보호하라”고 했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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