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開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지가 처음으로 생긴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지금이 제 2의 개벽시대(開闢時代)라는 것입니다. 개벽시대란 천지가 새롭게 열려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시기를 말합니다. 이 개벽시대는 천지가 열리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의 시기를 선천개벽시대(先天開闢時代)로, 이후의 시기를 후천개벽시대(後天開闢時代)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개벽은 선천과 후천을 가르는 우주론적 시간의 일대 전환점입니다. 개벽시대는 인간이 선천에서 경험한 온갖 고통과 혼돈(混沌)을 극복하고, 다가올 후천의 이상사회(理想社會)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우주론적 시간관의 표현이지요. 그래서 원불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내걸고 물질적 번영과 발전의 시대에 맞춰 정신과 도덕의 부활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그 개벽시대를 정신개벽 · 민족개벽 · 사회개벽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정신개벽입니다.

정신개벽은 낡은 관념에서의 탈피와 개성(個性)의 혁명을 뜻합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몰(沒) 인간적인 사회제도와 낡은 관습에서 벗어날 것과 편견 된 모든 생각과 악덕을 버리고 인간본연의 자기 위치를 찾아서 만리만사(萬理萬事)를 올바르게 보고 관찰하여 부단한 수양과 더불어 올바른 생활태도와 성실한 행동을 하자는 것입니다.

일찍이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 1824~1864)는 동학(東學)을 창도할 때 먼저 영부(靈符)를 그려내어 영부심의 회복을 바랐고, 주문(呪文)을 지어 항상 잊지 않고 생각하게 하여 인간 각자가 정신적인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항상 마음을 닦고 기운을 바르게 하며 맑은 기운을 키워 새롭고 참다운 자아의 자각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곧 정신개벽의 의미이며 이 정신개벽으로 인간은 보다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성장을 기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새로운 시대에 살아갈 새로운 인간형, 즉, 신 인간 창조가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민족개벽입니다.

민족개벽은 강대국에 시달림을 받고 있는 약소민족의 완전해방을 의미하며 민족적인 새로운 자각과 정신의 새로운 혁명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민족은 퇴폐한 생활습성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인간생활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사대사상에 젖어 민족정신의 상실과 부패로 병들고, 민족주체성을 잃은 민족은 새로운 민족정기의 앙양(昻揚)으로 혁신(革新) 정화(淨化) 되여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전할 수 없도록 퇴폐하거나 타락한 민족은 개조가 시급합니다. 이 개조야말로 민족개벽을 의미하며 이 민족개벽의 실현은 위대한 민족과 선진국으로의 지위향상의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선천·후천 가르는 우주론적 전환점

셋째, 사회개벽입니다.

인간 개성의 정신개벽이 있은 다음에 집단의 민족개벽이 있고, 민족개벽이 있은 다음 사회개벽이 필연적으로 요구됩니다. 이 3대 개벽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회개벽은 정신개벽과 민족개벽이 실현되면 자연히 실현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러한 개벽은 좁은 뜻으로는 인간본성에 알맞은 사회제도 그리고 질서의 확립에 있고, 넓은 뜻으로는 인류의 항구적인 평화와 생활의 번화(繁化) 즉, 상호부조로써 민족 간이거나 국가 간의 침략 · 정복 · 갈등과 같은 모든 행위의 지양(止揚)을 의미하고 있는 것입니다.

1860년 최제우는 동학을 창시한 이전을 선천(先天), 그 이후를 후천(後天)이라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원불교에서는 물질문명이 발전된 세상을 후천개벽 시대로 보고,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정신개벽의 중요성을 주장하였습니다. 여기서 정신개벽이란 낡은 세상이 지나가고 새 세상이 돌아온다는 후천개벽의 사상과 새 세상의 주인이 되고 낙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정신개벽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 : 1891~1943) 부처님은 원불교를 창시하면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내걸었습니다. 원불교에서는 물질과 정신은 원래 하나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선후를 나눈다면 정신이 주(主)가 되고 물질이 종(從)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소태산 부처님은 당시의 시국과 세계를 바라보면서 물질문명만 발전되고 정신문명이 발전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문명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물질문명을 선도할 수 있는 정신문명을 일으켜 물질과 정신이 둘이 아닌 완전한 문명을 이루자는 주장을 하신 것입니다.

■물질 번영 맞춰 정신·도덕 부활해야

그 정신개벽의 구체적 방법은 정신의 힘을 양성하여 삼대력(三大力) 갖춰야 이룰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삼대력이란 정신수양으로 얻는 수양력, 그리고 사리연구로 얻는 연구력, 또한 작업취사로 얻는 취사력을 말합니다. 이 삼대력을 얻으면, 이 힘으로 과학문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신문명과 과학문명이 서로 바탕이 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참다운 문명이 이룩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후천개벽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후천시대에는 천권(天權)시대에서 인권(人權)시대로 바뀌어서 삼대력이 갖추어진 사람, 혹은 삼대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세상의 주체가 될 것이 아닌가요?

선천시대에는 죄 복(罪福)의 권능이 절대자에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천시대에는 바로 눈앞에 있는 상대자에게 죄 복의 권능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불교의 개교의 표어, 즉.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말씀은 바로 원불교의 존재 이유인 것입니다. 원불교가 인류의 문명사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혹은 왜 원불교가 탄생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그 존재의 근거를 밝히는 핵심적인 근거입니다.

그런데 이 후천개벽시대에 왜 사람들은 물질에만 눈이 어두워 돈과 권력과 명예만 추구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질이 개벽 된 만큼 이제 정신을 개벽하는 개벽시대를 연출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할 일이 아닌가요!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