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지난 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검정색 계열 옷을 입고 있었고 마스크와 모자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모여 있는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팻말이 들려 있었고 그 내용은 '기내식 정상화', '경영진 퇴진'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른바 '노 밀(No meal)'사태가 일어난지 2주 후…그동안 대한항공 자녀들의 행태에 가려졌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민낯이 언론을 통해, 그리고 그곳에 모였던 직원들을 통해 하나씩 벗겨지고 있었다.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는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인터뷰가 있었다. 인터뷰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대한민국의 기업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혼동할 수 밖에 없는 말들이 직원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인터뷰에 따르면 출산휴직 후 돌아오는 직원에게는 회장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게끔 한다. 또한 천 마리의 학을 접거나 선물을 주는 등 차마 낯 뜨거운 내용뿐이었다. 게다가 중간관리자들은 스스럼없이 외모지적을 하거나 추석쯤에는 송편을 빚어 회장에게 주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들이 있었다고 한다.

박삼구 회장과 중간관리자들의 기행(奇行)은 지난 8일 멘트를 준비하고 노래를 개사하면서까지 회장의 환영식을 준비한다는 동영상 보도로 보다 절절하게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에도 유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념,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만족'은 허울뿐이다. 내부에 있는 승무원들이 안전하지 않은데 어떻게 최고의 서비스를 말할 수 있는가. 고객만족? 보통의 경영이념은 기업이 출범하기 위해 꼭 지키고 싶은 내용을 내건다. 지키고 싶다면 우선 승무원의 안전부터 점검하고 개선하기 바란다.

기내식 대란은 어쩌면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문제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함께 박삼구 회장의 기자회견과 김수천 사장의 사과문이 함께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내식 대란이라는 다소 심각한 문제 앞에서도 협력사와 경쟁사를 운운하는 이들은 적어도 문제의 본질과 해결의 방법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내부도 그런 식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방법이 문제되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노동자들은 오는 14일 청와대에서 '연대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들의 목소리가 모여 'Fly together' 하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우리도 만족한 비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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