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갑과 을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 ▲배상익 기자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최근 대한항공과 금호 아시아나의 경영진 갑질이 사회 문제화되며 국가적 사회적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갑질 문화가 발호하고 있다. 갑질의 범위에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해 상대방에 안하무인한 행동으로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사대주의'에 의한 권위주의적 수직적 문화가 갑질 문화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즉, 갑질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존비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문화 정서적 경향이 갑질의 가장 큰 원인이다.

사대주의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맹자(孟子)였는데, 제(齊)나라 왕이 맹자에게 외교의 원칙에 대해 물었을 때 맹자는 "내가 힘이 없을 때 힘 있는 자에게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사대(事大)는 지혜로운 자들의 생존방식이다. 반대로 큰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작은 힘을 가진 이에게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사소(事小)야 말로 어진 자들의 행동방식이다"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사대란 말은 중국 중심의 전근대 동아시아 세계의 질서 속에서 한국의 대중국 외교정책 인식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전후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과의 일방적 외교와 고도의 경제 성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돈에 따라 힘의 서열이 정해지면서 갑질 문화가 고착화됐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에 발현된 수직적 역할 분담

갑질은 계약 권리상 쌍방을 의미하는 갑을(甲乙)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에 특정 행동을 폄하해 일컫는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부정적인 어감이 강조된 신조어로, 2013년 이후 대한민국의 인터넷에 등장했다.

한국의 갑질문화는 2014년 12월 대한항공 086편의 땅콩 회항 사건이 다양한 국내외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2015년 2월, 영국의 로이터는 대한항공 회항 사건 재판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갑질 문화를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갑질 문화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수직적 역할 분담이 직장에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또한 영국의 일간신문 인디펜던트는 2017년 5월에 있었던 당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캐리어 노룩패스 논란에 대해 보도하며 언급 한국 성인 남성, 특히 중년 남성의 갑질 행태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갑질은 실제로 우리 일상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접하고 목격하게 된다. 교수 지위를 이용한 갑질, 육군 대장과 공관병간, 영화감독과 여배우간, 직장 상사와 부하간, 고객과 판매원·승무원 같은 서비스·감정 노동자간, 그리고 택배기사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힘이 있으면 힘으로 돈이 있으면 돈으로 혹은 권력이 있으면 권력으로 군림하고 갑질하는 사회는 후진사회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혹은 사회적 지위가 곧 그 사람의 인품이 되는 저질 자본주의 그리고 관료주의가 불러온 병폐가 아닌가.

우리사회의 갑질 문화는 갑이 을에게 행하는 게 아닌, 을이 을에게 가하는 측면도 크다. 거기 내재한 심리는 ‘나는 네 입장이 아니다’ ‘당신이 겪는 고충은 나와 상관없다’라는 공감능력의 결여다.

■상호존중 기초한 수평관계로 바꿔야

정부는 ‘갑질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창구를 다양화하고, 갑질을 하는 공무원은 인사상 불이익뿐만 아니라 징계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갑질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도 갑질이 상습 반복된 경우 징역형이 선고되도록 구형을 강화키로 했고 경찰은 ‘갑질범죄’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촛불집회를 통해 평등사회로 가기 위한 거대한 정신혁명이 진행 중이다. 갑질문화 해결의 대도는 우리 모두가 언제든지 갑과 을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잊지않는 것이다.

상대의 지위와 관계없이 상호존중에 기초한 수평적 관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갑질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따라서 사대주의로 기인된 문화를 사소주의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갑도 을도 아닌 병, 정이라고 항변한다. 우리는 그들의 외침도 외면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 주는 성숙한 사회로 진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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