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환골탈태가 요청된다. 제1야당이 건실해야 집권층의 '독선'을 막을 수 있고, 국민 신뢰 속에 집권도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안보·경제관에다 중앙정치에서 사사건건 여권 '발목잡기'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작지 않다. 그러다보니 6·13 재보선과 민선 7기 지방자치 선거에서 '궤멸(潰滅)' 수준의 참패를 당했다고 하겠다.

이 같은 시련을 극복해 보수정치 본산을 재건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한국당은 10일 중앙당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겼다. 11년 만에 '여의도 시대'를 접은 것이다.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몸집 줄이기 차원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가 미국으로 떠났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잇단 선거 패배로 바닥에 떨어진 제1야당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외면을 받은 정당이 자성과 쇄신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마침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선봉에 섰다. 김 권한대행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수구적 보수, 냉전적 보수를 다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워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당의 노선 변화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향점도 구체적이다.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정당', 일자리와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적 실용주의 정당', 서민과 함께하는 '선도적인 사회개혁정당'으로서 자기혁신과 정책혁신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다. 계파 싸움을 극복하고 당이 나아갈 노선을 두고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긍정 평가할 만한 방향이다.

그런데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권한대행의 노선 변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념과 당 노선, 철학을 가지고 경쟁해야 되는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선 안 된다며 당의 방향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반성할 줄 모르는 친박계 행태다. '최순실 일당 국정농단’은 사리사욕에 눈먼 최씨 사람들이 국가 권력을 동원해 국정을 주무르고 헌법 질서를 짓밟은 데서 비롯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범 신세가 되도록 방치, 방조한 게 친박 세력이다. 그 책임을 지고 대오 각성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터인데도 되레 큰소리니 아연실색케 된다. 우리나라 건국과 산업화를 이끈 보수 진영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쟁과 책임 등 보수의 기본 가치가 패권주의와 오만으로 망가지고 질려버린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개혁적 건전 보수가 새롭게 재건되지 않으면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

사실 지금처럼 진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보수진영은 새로운 인물과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서길 기대한다.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는 세상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한국당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이미 평화와 정의, 공존과 평등을 지향하는 상황임을 직시, 고정불변의 도그마적인 자기이념에 갇혀 수구 냉전적 사고를 하는 건 보수의 자살이자 자해라는 김성태 권한대행의 충정어린 토로에 귀 기울이고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시대흐름을 제대로 보는 친박계의 '개안(開眼)'을 기대한다. 건전 보수 재건을 위한 한국당의 대승적 화합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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