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의 그늘이 짙다.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삶은 날로 팍팍해져가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급증하는 신용불량자·비정규직·청년백수,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은퇴자들, 구조조정의 칼바람으로 거리에 내몰린 사람 등 절박한 상황들이 오늘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하루 세 끼 식사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을 정도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사실 부자와 권력자들은 ‘믿는 구석’이 있어 별무 걱정일 것이다. 그러나 서민과 청년 실업자 등은 아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고역이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당장 국회의원들이 직무유기부터 반성해야 한다. 국회에서 사실상 ‘낮잠’을 자고 있는 법안은 무려 1만여 건에 달한다.

■서민 위한 민생경제 회복 절실

정부의 존재 이유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은 시 ‘구변(九變)’에서 “민심이 변하는 것은 의식주에서 비롯되고 의식주로 귀결된다. (중략) 백성이 살고 국가가 승리하는 것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人情動變歸衣食 民生國勝無相違)”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면 공동체 존립을 위한 동력을 잃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질시와 증오,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가발전의 에너지가 상실되게 마련이다. 당연히 살기 좋은 선진국가로의 발돋움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위정자들은 ‘민생 최우선 챙기기’에 나서야 하는 게 마땅하다. 공자는 “백성이 풍족하다면 군주가 누구와 더불어 부족할 것이며, 백성이 풍족하지 못하다면 군주가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겠는가.(百姓足 君執與不足 百姓不足 君執與足)”라고 말했다. 지도자가 국민과 동고동락하라는 권면이다.

예컨대 최근 물가가 치솟으면서 그러잖아도 힘든 서민들의 근심이 크게 늘고 있다. 당국이 물가를 잘 관리해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옛사람들은 국가 재화를 십년 동안 먹고살도록 비축해야 한다며 식량을 조절해 분배하면 어찌 부족하며 민심과 선비들의 뜻이 어찌 흔들리겠는가라고 경책을 했던 것이다.

민생경제 회복이 절박하다. 성군들이 강조한 ‘백성의 삶’을 위하는 길이다. 그럼 무엇부터 해야 할까. 경제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선 ‘규제혁파’가 시급하다. ‘손톱 밑 가시’로 상징되는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야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규과제 발굴 등이 가능하다. 규제는 ‘관(官)피아’가 설칠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하다. 규제개혁이 ‘돈 안 쓰는 투자’라는 사실은 규제를 당해본 기업이라면 백번 공감하고도 남는다.

■법·제도 시대변화 맞게 개선을

하지만 대통령이 아무리 일자리 빼앗는 규제는 범죄요 암덩어리라고 외쳐도 관료들은 되레 ‘착한 규제’ ‘필수 규제’ 운운하며 빠져나갈 궁리에 바쁘다. 정형화된 규제를 푸는 것도 어려운데, 눈에 안 보이는 공무원 재량권, 행정지도 같은 비정형 규제는 더욱 요원하다.

사실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외쳐왔지만 정작 실행단계에서는 공직사회의 저항으로 유야무야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 대해 ‘그럼 그렇지’라는 식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과 제도는 시대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산업선진국들의 법체계를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이다. 전국시대 대표적인 법가인 ‘한비자’는 “균형을 헤아려 법을 만들고 백성을 인도해야 한다(量衡設法率民萌)”며 “세상이 달라지면 일도 달라지기에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世異事殊變處方)”고 말했다. 그래서 ‘좌전’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나라가 망하려고 하면 법과 제도가 많아진다(國將亡 必多制).”

오랜 불황에 부익부빈익빈, 민초의 삶은 버겁기 그지없다. 민생 현장의 어려움 해결에 국정운영의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이식위천(以食爲天·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과 ‘안민익국(安民益國·백성이 편안해야 나라에 이롭다)’을 신념으로 삼아야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야겠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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