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길 속에 길이 있다 <16>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을 부러워했던 중국이 불과 10여 년 전부터 도로건설에 주력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지도엔 추가해야 할 도로망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경제발전에서만 중국의 추월을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라 도로발전에서도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가는 중국의 실상에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고속도로 대국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13X15플랜이 완성되는 2020년엔 미국을 젖히고 세계 제일의 고속도로망을 갖추게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참으로 놀라운 저력이다. 세계가 두려워하는 중국 경제의 발전에 날개를 달아준 것도 바로 이 같은 도로망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자. 수년 전에 베이징을 찾았다가 최근 다시 다녀올 기회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변화의 물살이 거센 베이징의 모습에 두 눈이 동그래졌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역시 도로망의 확충이다. 베이징은 우리나라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같은 도시부 순환고속도로를 총 7개나 계획하여 벌써 5개나 건설했다. 이렇게 새로운 도로를 건설했는데도 베이징의 교통정체는 벌써 심각한 상황이어서 나머지 2개의 순환도로를 빠른 시일 안에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일본의 수도 도쿄의 경우는 또 어떤가. 마찬가지로 도쿄를 순환하는 고속도로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내부순환, 1차순환, 2차순환, 3차 순환 고속도로를 계획하여 현제 2차 순환까지 완성됐다고 한다.

  사람의 몸으로 치자면 가장 중요한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피의 순환이 원활해야 우리 몸이 건강한 것처럼 수도권의 교통도 막힘이 없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수도권과 도심을 연결하는 도로의 이름이 다름 아닌 '순환고속도로'인 것도 바로 '원활한 흐름'을 돕기 때문이다.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수도권에 순환고속도로망을 확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는 환경민원 등으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마저 완성하지 못한 채 발목이 잡혀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동안 서해안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등의 건설로 지역간 고속도로는 상당한 수준으로 확충되었지만. 인구와 차량이 집중된 수도권의 교통 혼잡은 지속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계획 중인 수도권 광역철도망 건설이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계속적인 차량의 증가로 한 해 기준 수도권의 교통혼잡 비용은 현재의 약 11조원에서 2020년에는 2.6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쉬운 말로 막히는 도로에다 돈을 뿌리고 다니는 셈이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수도권의 도로망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2004년 6월 발표된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서도 수도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원-인천축 등 수도권 안의 거점을 연걸하는 다양한 성장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늦게나마 장기 수도권 고속도로망 기본계획을 수립한 점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본구상 노선, 우선순위, 재원 조달방법 등을 검토한 결과 수도권에는 기존 7X9 국가간선도로망과 연계되는 남북 7축, 동사 4축, 3개 순환망 약 600km의 고속도로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계획은 2020년까지의 장기계획으로 도로예산 법위에서 민자사업 등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필자는 이 계획 수립 과정에서 경부고속도로 안성에서 서쪽으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지나 시화지구-인천 송도지구 - 인천 - 인천청라지구를 잇는 대규모 물류고속도로 건설을 염두에 두었다. 차로 수는 편도 5차선쯤으로 하고 그 중 2개 차로는 화물차 전용도로로 하되, 무료로 하도록 신중히 검토하였다.

왜냐하면 이 도로는 현재에도 그렇고 앞으로 물류도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기 때문에 물류정책에 대한 정부의 솔선수범 차원에서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SOC에 대한 재원 부족으로 단지 구상으로 끝난 것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수도권 고속도로에 대한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없을 경우, '우선 급한 대로' 식의 무분별한 도로건설로 중복투자나 병목현상이 유발되는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장기 수도권 고속도로망의 확충은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로 발전하는 데도 중요한 지원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하루빨리 추진되어야 할 국가의 중요 정책이다.

  서울의 교통망이 베이징보다 과연 경쟁력이 있느냐 하는 물음에 생각할 필요조차 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때가 있었다면 안타깝게도 이젠 그럴 때가 아니다. 베이징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도로건설에 우리가 자극을 받아야 할때가 온것이다.

 

글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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