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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칼럼] 인권의 기념비적 결정 ‘대체복무’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일간투데이
  • 승인 2018.07.18 15:15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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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011년 집총거부를 불허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 7년의 침묵을 깨고 양심적 집총거부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간 집총거부에 대해 법원의 위헌제청이 7건 있었고, 2015년 이후에는 무려 80건에 달하는 무죄판결이 1심, 2심 법원에서 내려졌다. 하급심판사가 대법원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의 무죄판결이다. 이는 집총거부에 관한 법관의 높아진 인권의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900여명의 병역거부자들이 헌재의 결정만을 목매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위헌결정으로 이들을 구제할 수 있게 돼 늦었지만 다행이다.

금 번 헌재결정은 인권보장의 기념비적 결정이지만, 집총거부와 관련해 대법원의 공개변론이 8월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무죄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후 내려질 위헌결정은 김빠진 사이다이며, 그리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조금은 급하게 서둘렀다는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헌재는 정의를 지연했고, 소신이 부족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 집총거부는 보편성의 인권문제

양심적 집총거부란 ‘양심, 신념, 신앙(이하, 양심)’을 이유로 ‘전쟁 또는 집총(이하, 집총)’을 거부하는 것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죽이는 것을 준비하는 것을 절대 악으로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주장되고 있다. 집총거부를 절대 악으로 보아 이를 거부하는 양심을 보호할 것인가, 보호할 경우 병역의무와의 형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집총거부를 허용한다고 해도 특정한 적, 특정 무기 등을 조건으로 하는 소위 ‘상황조건부 집총거부’는 허락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특정 전쟁(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경우에는 집총거부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심적 집총거부에 대해서는 병역기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병역법위반으로 최소 1년 6개월을 교도소에서 지내면서, 전과자로서의 사회적 낙인과 취업의 곤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교도소에 갈지언정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단순한 병역기피자로 보기 어렵다. 1950년 이래 현재까지 1만 9천여 명의 청년들이 교도소에 수감됐고, 지금도 연 500~600 명이 처벌을 감수하면서 집총을 거부하고 있다.

대체복무란 반전과 반집총의 확신을 가진 자들에게, 군과 관련 없는 시설에서 군 복무를 대신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양심적 집총거부를 확신하는 사람들은 양심을 꺾든지 아니면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큰 손상을 받게 된다. 대체복무제가 실시되어야 할 중요한 이유이다. 다만 대체복무에 대한 거부는 허용되지 않는다.

양심적 집총거부행위는, 첫째 국가공동체의 법질서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소극적인 행위이며, 둘째 집총 이외의 분야에서는 국가공동체를 위한 어떠한 의무도 이행하겠다고 호소하고 있고, 셋째 집총거부는 양심적 확신에 기한 것으로 형벌로 변경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바, 이들에게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을 강행하는 것은 소수의 인권까지 보호해야 하는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이나 기본가치와 조화를 이룬다고 보기 어렵다.

집총거부하면 ‘여호와의 증인’을 떠올리지만, 해당 종교와는 별개로 자신의 평화주의 신념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총을 들 수 없다며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03년에 만들어진 ‘전쟁 없는 세상’은 15년 동안 집총거부자를 지원하고, 집총거부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켜왔는데, 불교신자가 주도했다. 그래서 집총거부는 특정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성을 띤 인권문제라는 점이다.

■ 안보논리 극복… ‘소수’ 보장한 것

헌법재판소가 처벌보다 관용하기로 한 이상, 남은 과제는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도의 마련이다.
복무기간, 복무형태, 복무강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대체복무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없도록 하고, 집총거부자 여부를 검증하는 관찰기간과 함께, 해당 종교의 위장신도가 늘 수도 있기에 심사요건을 엄격하게 하며, 대체복무의 부담이 병역의무와 실질적으로 등가적인 것이 되게 해야 한다. 대체복무기간에 관한 외국의 예를 보면, 대만, 덴마크, 스웨덴은 현역복무와 동일하며,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페인은 1.5배로 하고 있다. 독일은 2011년 징병제가 폐지되면서 대체복무제가 중단되었다. 유럽평의회 사회권위원회는 대체복무제의 길이는 군복무의 1.5배를 넘지 말도록 지적한바 있다. 남북대치 속에서 병역기피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고, 국가안보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 수가 매우 소수라 염려할 정도도 못된다.

국가의 법질서는 다수의 정치적 의사와 도덕적 기준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에, 다수가 만든 법질서에서 배제된 소수의 양심을 배려하고 보호해, 다수와 공존할 수 있도록 조정이 요구된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보장은 다수가치로서의 법질서와 소수양심이 충돌할 경우 소수의 양심을 지켜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 동안 우리는 안보, 성장, 발전을 기본이념이나 가치로 여겨왔는데 금 번의 결정은 강고한 안보논리를 극복하면서 ‘인권’을 선택한 것이기에, 또 기존질서의 심장을 건드리는 사안에 대해서 ‘소수’를 보장한 것이기에, 그리고 ‘닫힌 징병제’에서 ‘희망의 병역제’를 보게 되었기에, 인권옹호의 기념비적 결정으로 보아야 한다. 절대 소수에게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성숙을 보여주는 것으로 어느 한 쪽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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